2019년 11월 1일 금요일 새벽
독감 예방 접종을 맞고 왔다. 하루 종일 노곤하고 붕 뜬 기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장 잠에 들 것만 같지만 하루 동안 들었던 생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짧게나마 글을 써본다.
1.
무서운 대상의 개수가 손에 꼽는 나의 가장 큰 공포는 소외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 공포 대부분이, 그 대상을 자주 접하고 익숙해지면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소외는 마주하면 할수록 도리어 확신하게 된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 맞다는 확신.
근데 문득 생각했다.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음'이 아닐까? 뜬금 없었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지금 내가 아는 사람들이 100년 후에는 아무도 없어." 이 말을 들을 때 나는 마침 카페 중앙에 앉아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빈자리 없이 카페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었다. 순식간에 영화처럼 그 모든 사람들이 재가 되어 날아가는 상상을 했다. 더 무서운 것은, 나조차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아스러져갈 것이라는 몹시도 자명한 진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 있는 생각으로 힘주어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이 사실에 대한 공포, 아니 '경외감'만으로도 중요하지 않은 일은 가벼이 넘겨버릴 수 있는 배포가 필요하다.
2.
불행한 일을 행복한 상황으로 바꾸는 일에 매진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어려운 작업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인 것이기도 하다. 애당초 행복과 불행이 같은 정량 안에 각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일지 모른다. 전체 100 중에 불행이 60, 행복이 40 따위가 되는 도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불행을 행복으로 전환하려 애쓰는 대신, 다른 곳에서 더 큰 행복을 발견한다면? 발견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과정 역시 행복할지도.
3.
이건 내 일기장이다. 검열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