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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Dec 19. 2019

술과 놀이기구, 성악설과 수오지심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술 잘 못 마셔요." 회사 동료 한 분이 말했다. 그런데 술을 잘 마시는 친구가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분위기를 못 맞춘다는 이야길 했다고 한 것도 같다. 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는 말했다. "체질이고 취향인 건데...."


이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동료가 말했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데, 같이 간 친구가 타 보면 괜찮을 거라 하더라고요. 괜찮기는. 타다가 입 밖으로 욕만 튀어나왔어요." 찰진 말투에 다 같이 깔깔깔 웃다가 우리는 또다시 말했다. "자기 취향을 강요하면 안 되는 건데..."


잠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내 의견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성악설에 좀 더 동의하는 편이다. 홉스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다. 지금껏 생존을 위해 인류가 얼마나 많은 물리력을 행사해왔는지 떠올리고 나니 그쪽에 좀 더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 인류애가 바닥난 건 아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인류의 머리에서 나온 개념이듯, 수오지심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이기성을 갖고 태어났다 해도 끊임없이 교화하려 노력하는 것 역시 인간의 단면이라 생각한다.


다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러니까 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악한 의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냥 악의 없이 하는 말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악의가 없다고 해서 폭력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술 못 마시는 게 이해 안 되면 그냥 술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낼 방법을 떠올리면 되고(술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 중 어느 한쪽을 반드시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 사람에게는 공포의 대상일지 모를 무언가를 굳이 권장하지 말고 혼자 잘 놀다 오면 될 일이다. (경험상 놀이기구 타는 동안 옆 사람 신경 쓸 겨를 전혀 없음...)


나의 취향에 대해 설명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좋고, 저런 것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든가. 그게 설득이 돼서 상대방이 일말의 관심이라도 갖는다면 기쁘기야 하겠지. 하지만 설득이 강요가 되면 안 될 일이다. 나도 조심, 너도 조심, 우리 모두 조심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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