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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젤리 Feb 07. 2024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 독서 모임 3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벨상 수상자 욘 포세는 7세 때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었지만 그 순간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욘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의 죽음은 태어나는 순간과 같이 삶의 한 단계일 뿐,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으레 ‘죽음’하면 떠올리는 고통의 순간이 없습니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기나긴 인생의 구구절절 이야기는 생략되었지만, 마지막 순간 주마등처럼 흩어가는 주변인들은 모두 그가 사랑했고 그에게 사랑받은 사람들입니다.


 정말 죽음 후 이런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면 편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결국 그 충격을 겪어내야 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 그래서 요한네스 딸의 다급한 발걸음과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더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살면서 직간접적인 죽음을 경험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좋아하던 인물 등, 이러한 경험이 죽음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짓습니다.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삶의 과정,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요? 오늘 이 책을 통해 아주 긍정적인 해법을 배웠습니다.




오늘 독서 모임 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1.     단순한 문장: 표준 노르웨이어가 아닌 신 노르웨이어가 원문입니다. 박경애의 번역은 이 원문이 아닌 독일어 번역을 중역한 것이고요. 동일하거나 유사한 어구가 반복되고, 마침표나 대화의 따옴표 같은 것들이 생략되어 문장이 단순해 보입니다. 감정을 배재한 문장들에서 오는 여백의 미를 신 노르웨이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을지 궁금해집니다.


143p (해설) 등장인물들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게 된다. 침묵은 ‘이미 다 말해졌으므로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언어들’을 소환하고, 상상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그의 ‘닫힌 텍스트’를 열려있게 한다.


 우리는 포스트 베게트 미니멀리스트라 불리는 욘 포세의 문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음악적으로 느껴지고, 군더더기 없는 말투라 빨리 읽을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불규칙한 감탄사의 나열에서 시적 운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맥을 끊는 느낌이라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2.     아직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요한네스는 꿈을 꾸듯 바닷가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나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를 만나기도 합니다. 죽음의 순간, 당신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시간을 되돌아보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대답이 망설여집니다. 죽음이 지금 나의 것이 아니라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외면하고 싶기 때문일 테지요. 오늘 우리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죽음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을 되돌아보며,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아주 뻔한 진실을 다시 되새겼습니다.


3.     43p.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자식에게 물려주며, 아들을 통해 그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요한네스는 자신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이기도 한 것입니다. 출산과 죽음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나의 소멸은 다른 이의 탄생과 연결되며 삶의 연속성이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내 삶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내가 단지 대를 이어 내려가는 삶의 수레바퀴 속 하나의 톱니일 뿐이라고 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요한네스가 길에서 만난 친구, 아내, 딸을 통해 그의 존재 이유를 우리가 알아채는 것처럼, 내가 지금까지 엮어 온 인간관계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도 드러내 봅니다.


4.     1부의 짧은 ‘출산’ 장면:  요한네스의 탄생을 기다리는 아버지 올라이의 부인은 딸 마그다가 자신의 출산 장면을 보길 원치 않아 잠시 친척집에 맡겨집니다. 출산이 여성의 운명이라 생각한다면, 그 고통을 미리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신중함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파란만장한 서로의 출산 경험을 나누고, 소설 속 현실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어나는 순간이 축복인 만큼, 죽는 순간도 영광이길 바라봅니다. 


 훌륭한 업적을 만들고 이름을 남긴 사람이 되지 않았더라도, 내가 사랑한 사람, 사랑을 받은 사람들을 남기고 갈 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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