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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Jun 16. 2021

내일은 고맙다고 말하려고요

내일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21년 6월 15일 화요일

저 멀리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이 보일만큼 깨끗한 대기의 상태가 돋보였던 맑은 날




지난밤에도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열한 시 전에 잠들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재밌는 일 또한 없었다. 저녁만 먹으면 이상하리만큼 잠이 쏟아졌다. 눈을 반 감은 채 설거지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뒹구르다보면 눈꺼풀은 한층 더 무거워졌고 어느 순간 꼭 감겨있었다. 나도 모르는 긴장 속에 살고 있었나 보다.


깊은 잠에 빠져있어도 루이의 작고 간결한 울음소리는 잘 들린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루이가 한 소리했다. 어기적거리며 이불을 발로 슬그머니 찼다.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고 일어났다. 지난밤 어디 쪽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슬리퍼를 두리번거리며 찾아 신고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거실의 창을 통해 오늘의 날씨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맑고 깨끗한 날씨였다. 시력이 6.0이 된 것처럼 저 멀리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오늘처럼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날은 자꾸만 시선이 창 밖으로 향하곤 한다. 분명 이곳 하노이는 공기가 좋지 않아 흐린 날이 대부분이라 했는데 생각보다 맑은 날이 많았다.


오늘 아침 식사는 버섯향이 물씬 나는 된장찌개였다. 파랗고 푸르른 하늘을 보니 이상하게 깔끔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연관성에 의해 아침을 든든히 먹고 차가운 커피 한 잔을 내려 소파에 앉았다. 고개를 돌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지평선을 계속해서 쫓았다.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탁한 기색이 전혀 없는 맑고 밝은 하늘색이 펼쳐져있었고 뜨문뜨문 있는 하얀 구름들은 화사함을 더했다.





한참을 생각 없이 바라봤고 시계를 보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감상했다. 내일은 또 어떤 작품이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오늘의 하노이는 참 커다랗게 느껴졌고 유독 하늘이 높게 느껴졌다.


다음 날이 기다려질 이유가 없었던 요즘 나의 일상에 사람도, 일도, 드라마도 아닌 자연이 기다림을 가져다주다니. 내일 아침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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