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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Jun 29. 2021

유튜버가 되고 싶었지만 마음의 짐만 남았다.

유튜브 시대에 산다는 것은 그런 거겠지

21년 6월 28일 월요일

큰 특징 없는, 너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날. 익숙해진 탓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날씨



 어김없이 월요일은 시작되었다. 이상하게도 월요일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동안은 회사를 다녀서 월요일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더라. 회사에 다니지 않는 채 맞이하는 몇 번의 월요일은 항상 빠르게 흘러갔다. 그냥 월요일은 다른 요일에 비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요일인가 보다. 아주 당연하게.


 이곳에 오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점은 글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해외생활이라는 특색 있는 주제도 있을뿐더러 시간도 많으니 지금은 딱 좋은 시기였다. 그렇게 찍고 편집하는 것을 매일 반복했고 매주 1-2개의 영상을 꾸준히 올렸다. 처음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 툴이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은 이 고생스러움을 이내 만족감으로 바꿔주었고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해내었다는 뿌듯한 마음이 다음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10개가 넘는 영상을 올리고 나서 급작스럽게 이곳은 코로나가 심해졌고 내가 담을 수 있는 영상의 범위가 줄어들었다. 꾸준히 집에서 영상을 찍어 업로드를 지속해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나는 이곳에서 지내는 1년 동안 베트남의 자연, 도시, 공원. 뭐 그러한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렇게 외출을 할 수 없는 나날들에 의해 내가 원하는 영상을 담아낼 수 있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영상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졌다. 지금 내 채널은 멈춰있다. 한 달째.


 한 달째 나의 월요일은 마음의 짐이 가득한 월요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튜브의 짐이다. 이제 하나쯤은 다시 올려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도 나는 쉽사리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계속 짐의 무게는 무거워져 가고 매일 월요일에 대한 부담감을 커진다. 결국 오늘도 그 무게를 들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끝났다. 편집할만한 적당한 영상이 없다는 건 핑계고 안 하려다 하려니 어려워서 하기 싫다. 하기 싫은 이 마음을 이겨내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온통 어렵고 어려운 투성이다.   


 이런저런 여러 핑계를 떠나서 사실 나에게 영상을 만드는 행위는 글을 쓰는 행위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 나의 영상은 나의 글에 비해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목적도 없고 왜 만드는지 이유도 없다. 이것은 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행위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매일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는 이 행위를 지속하게 한다. 고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하고 있고 나 또한 그 사람들 중 하나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다 잘 해낼 수는 없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영상 만드는 것에 소질이 없듯이 말이다. 나는 오늘도 이 재능 없는 일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 중이다. 재미가 없어서 재능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인지, 재능이 없어서 재미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글보다 매력이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내 무거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엄마는 나에게 묻는다.

왜 영상 안 올리니? 언제 올라오니?

기다리는 엄마를 위해서 내일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했지만 나는 흔쾌히 응하지 못했다. 일기를 쓰는 이 순간도 머뭇거리고 있다. 아, 과연 나는 언제쯤 이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까.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잠들겠구나.

적당한 유튜버가 되고 싶었지만 나에겐 생각보다 무거운 마음의 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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