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책 리뷰
제목은 참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한 줄의 제목으로 그것을 시작할지 말지 정해진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제목이다. 목차나 도서 소개는 보지 않았다. 그저 강렬하게 와닿는 제목이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이기에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이 책은 20년 차 프리랜서의 이야기로, 나보다 인생을 더 살아온 언니가 시원시원하게 조언과 위로를 해준다. 딱 친해지고 싶은 언니다. 언니의 생활밀착형 조언에 지난날 회사생활들이 많이 떠올랐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고 결국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했다. 나만 보기엔 아까운 책이다. 좋은 건 나눠야지.
프리랜서의 삶은 직장인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단지 출근할 회사와 동료가 없다는 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일을 하는 사람이다.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외롭고 고독할 수 있겠다 생각하니 벌써 쓸쓸하다. 그 쓸쓸함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아직 어떤 삶이 나와 더 잘 맞을지 모르겠다. 해봐야 알겠지. 아마도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어떤 책은 몇 번이고 되돌아가 뜻을 이해하느라 한 장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려운 내용 때문일수도 있고 어려운 문장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책은 선호하지 않는다.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 부분은 책과 거리를 두게 하고 책 읽는 행위가 어렵다고 느끼게 한다.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라고 할지언정 나에겐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이 책은 글의 소재도 좋았지만 사실 가장 좋았던 건 작가의 문체였다. 쉬운 문장과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 좋았다. 한 번에 딱딱 쉽게 읽히는 문장들이 속도감을 더해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다 읽었다. 쉽게 읽히는 탓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막힘없이 쭉 읽었다. 오랜만에 느껴진 이 쾌감은 서둘러 다른 책을 찾게 했다. 쓸데없이 감성적이지도 않고 필요 없는 말을 길게 늘여놓지도 않았다. 시원하고 담백하다.
책을 다 읽은 후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글을 썼는지. 내 마음대로 머릿속에 그려놓은 작가의 모습이 실제와 비슷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SNS를 통해서 본 작가의 모습은 내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재밌고 유쾌하다는 점은 동일했다. 한참을 그녀의 SNS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어느새 팔로우를 하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작가의 책에서 느꼈던 강력한 흡입력을 SNS에서도 느끼게 될 줄이야. 흠칫 놀랐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감은 오고 간다. 슬럼프도 오고 간다. 온갖 칭찬 가득한 댓글도 오고 간다. 어서들 오시고, 안녕히들 가시라며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다음을 상상하고 기다리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언제까지나 즐겁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게서 다시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잘 풀리는 날이나 그러지 않은 날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게.
우리는 우리 작품의 '창조자'이자 최초의 '관객'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을 좀 더 좋아해도 된다. 선 하나 잘못 그었다고, 문장 끝맺음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그걸 몽땅 부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