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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Mar 15. 2022

퇴사하고 나니 MBTI가 바뀌었다

그녀의 인간미가 상승했습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MBTI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친구들은 물론이며 직장 동료들끼리도 MBTI를 공유하며 어쩜 이렇게 딱 맞냐며, 우린 궁합이 잘 맞는 유형이라고 희희낙낙거렸다. 심지어 면접관에게 나의 유형을 물어본 적도 있었다. 적잖치 않은 당황을 하며 머쓱해했었다. 정말 대유행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MBTI가 신뢰할 수 있는 검사가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당연히 100% 맞을 수는 없겠지, 어떻게 사람을 16가지로만 분류할 수 있겠어? 물론 과거에 혈액형 4가지로 사람을 분류하던 시대에 비하면 더 다양해지고 상세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여전히 아쉽고 모자라다. 언젠가 조금 더 세분화된 유형들로 사람들을 다시 열광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약 없는 기대 해본다.



나는 MBTI를 믿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MBTI 유형이 나라는 사람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 결과를 믿는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주로 나에 대한 정의 혹은 표현, 평가 정도로 활용하는 데 결과가 나를 잘 나타내고 있어서 믿는다. 맹신하거나 신뢰한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남이사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별 관심 없다. 각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잘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최근에 곽윤기 선수의 MBTI를 보고 더욱 신뢰가 어렵게 되었다. 곽윤기 선수는 당연히 E 지, 어떻게 I 일 수가 있어? 역시 MBTI는 신뢰가 아닌 참고의 용도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역시 MBTI는 60% 정도의 적중률을 가진 참고용 자료로만 생각해야 하나보다. 내 결과가 나와 잘 맞을 뿐, 나는 맹신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와 잘 맞는 성격 유형 검사의 일종이며 내 결과만 믿는 것으로.

곽윤기 선수는 만능 재주꾼 ISTP



벌써 퇴사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정신없이 일을 하지 않는 삶을 산지 일 년이 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MBTI이다. 나는 항상 ESTJ 였다. 몇 번을 해도 엄격한 관리자, 사업가형인 엣티제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심심찮은 하루를 보내던 찰나 다시 검사한 결과는 ESFJ였다. 내가 엣프제라니? 엄격한 관리자가 사교적인 외교관이 되었다. 사업가형에서 친선도모형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갑자기 바뀔 수 있는 겁니까?


MBTI 지표에서 T는 논리와 사실 판단을, F는 인간관계와 가치 판단을 중요 시 여긴다. 정반대의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진실과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가 사람과 관계를 더 중요 시 여기게 되었고, 옳고 그른 참과 거짓을 따지기보단 좋고 나쁜 선과 악을 따지게 되었으며, 규범과 기준보단 의미와 영향이 중요해졌다는 말.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인간미가 늘었다는 말이다. 퇴사가 가져온 변화임을 확신했다. 분명하다.


퇴사를 하고 MBTI 결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 또한 그렇게 될 줄이야. 처한 환경이나 심리적 상황 등에 따라서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분명하다. 역시 퇴사가 가져온 변화임이 확실하다. 회사를 그만두니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와 끊임없이 몰아치던 일도 사라졌다. 그것들이 사라진 세상은 참 아름답다. 나는 그 아름다운 세상을 일 년이 넘도록 살아가고 있다. 내가 뾰족하게 굴 필요가 없는 아주 둥글둥글한 삶. 이 삶이 나를 엣프제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원래의 유형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나는 다시 엣티제가 되는 것일까? 거짓말 조금 보태서 궁금해서라도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물론 때때로 두 모습이 같은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의 나와 일상에서의 나는 당연히 다르지. 같을 수 없다. 같아서도 안 되고.

어쩌면 나는 ESTJ와 ESFJ의 성향을 모두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사고 기능 버튼을 꾹 눌렀다가 일상에서는 감정 기능 버튼을 꾹 눌러 상황에 따라 활용했을지도 모르겠다. T의 성향을 두른 채로 지인을 만난다면 다소 숨 막히는 분위기와 그들이 상처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아는 나는 본능적으로 F의 성향을 나타냈겠지? 무슨 로봇도 아니고 웃기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니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편해졌다.


퇴사가 가져다준 나의 성격 유형의 변화는 내가 어떤 가치관을 더 중요 시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MBTI를 이렇게 활용하게 될 줄이야. 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작은 휴대폰 안을 유심히 바라보며 MBTI 검사를 하게 될 것 같다.

언제 다시 인간미 없는 삶이 될지 모르니 당분간은 인간미 넘치는 삶에 충실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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