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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22. 2020

양파와 오버페이스

'주말에 알바할래?'


요새 농촌은 가장 바쁜 시기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감자, 양파, 양배추 등 작물 수확으로 정신이 없다. 너도 나도 바쁘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농사짓는 지인의 요청에 덜컥 수락을 했다.


일요일 오전 7, 아침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오전 9시만 돼도 해가 뜨거워서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감자 수확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양파 수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양파를 , ,  크기별로 골라 담으면 되는 일이었다. 감자 수확보다 쉬울  같다는 생각에 자신만만했지만  2,000 규모의 양파를 보고 있자니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4~5명 되는 인원이 동시에 양파를 줍기 시작했다. 드넓고 고요한 텃밭에 '후두두두' 양파 줍는 소리만 가득했다. 처음에는 호기로웠지만 가볍던 팔은 점점 무거워지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빠르게 치고 나가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속도를 붙였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녹다운됐다.


오버페이스 : 어떤 일을 자기 능력이나 분수 이상으로 무리하게 하는 일


남의 농사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였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을 내고 무리를 했다. 이래 저래 지쳐 멍한 상태로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제대로 도와준 것 같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이번 알바가 아니더라도 '나'라는 사람은 종종 오버페이스로 힘들어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때로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다가 내 능력 이상으로 오버를 하고 금방 지쳐 떨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리도 발버둥 쳤을까?

내가 아닌 남의 시선 위에서 살아가고 있던 건 아닐까?


성공, 부, 명예, 행복 등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비슷하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개개인의 과정과 속도는 엄연히 다르다. 꿈을 이룬 누군가와 나를 동일시하거나 앞서 나가는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다 보면 오히려 지쳐 포기하게 되겠지. 내 속도에 맞춰 꾸준히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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