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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19. 2020

농사짓는 예술가

화가, 음악가, 소설가 등

특정 분야의 특출 난 사람들만

예술을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뭔가 화려하고 독특하고 창의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에 대한 그런 선입견이

어릴 때부터 늘 있었던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아침

밭에서 풀을 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에 경계와 구분이 있을까?'


표현 방식에 따라 그 영역을 구분했을 뿐

작가의 가치와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

그것이 예술이지 않을까.


누군가는 처마 밑에 널어놓은 마늘을 보며 운치를 느낀다


농사 = 종합 예술?


도시 피플이었을 땐 농사에 관심이 없었다.

삼시세끼 식탁에 차려진 밥상을 보며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단순히 생산하는 일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와

땡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의 아저씨

농사에 대한 이미지가 딱 그 정도뿐이었다.


막상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해보니

내 생각은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농부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농사짓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땅을 가꾸고, 씨앗을 뿌리고,

작물을 돌보고, 수확하고 판매까지


농부에게 텃밭은 가장 큰 도화지이자 물감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관행농, 유기농, 자연농 구분 없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농부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신경 쓴다.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다른 모양과 맛을 내는 결과물이 나온다.

농사를 짓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인 셈이다.


평생 농사를 해오신 마을 어르신에 비하면

이제 막 농사를 시작한 나는 아마추어 불과하다.

텃밭 크기도 작아서 어디에 명함도 못 내밀지만

우리만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작지만 보다 자연에 가깝게

조금 불편하고 몸이 힘들더라도

지구는 건강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고 환경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하는 방식이 가치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마치 젊은 예술가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꾸준히 해나가고자 한다.


작은 시작이지만,

언젠가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또 새로운 변화를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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