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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18. 2020

우리 집 우체통

아침 일찍 먼지와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우체통이 툭 떨어져 있었다.

새벽 두시쯤 먼지와 보리가 엄청 짖어서

잠깐 깼었는데, 아마 그때였나 보다.


최근 우체통에 작은 새(딱새) 부부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가족을 꾸리고 있었는데

마음이 덜컹했다.


소리소문 없이 우체통에 둥지를 튼 딱새 부부. 우체부 아저씨도 둥지 망가질까봐 문 앞에 신문을 두고 가셨다.

다섯 개 알 중에 세 개가 깨지고

두 형제만 남았다.


아침에 부랴부랴 우체통을 고쳐

의자 위에 올려주었는데

멀리서 딱새 부부가 슬프게

둥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험난한 곳을 피해

잠시나마 안전하게 쉴 곳을 찾은 게

우리 집 우체통이었을 텐데

덜컹거리던 우체통을

진작에 고정시켜 놓을 걸

아침부터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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