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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우체통

by 심군

아침 일찍 먼지와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우체통이 툭 떨어져 있었다.

새벽 두시쯤 먼지와 보리가 엄청 짖어서

잠깐 깼었는데, 아마 그때였나 보다.


최근 우체통에 작은 새(딱새) 부부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가족을 꾸리고 있었는데

마음이 덜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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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 없이 우체통에 둥지를 튼 딱새 부부. 우체부 아저씨도 둥지 망가질까봐 문 앞에 신문을 두고 가셨다.

다섯 개 알 중에 세 개가 깨지고

두 형제만 남았다.


아침에 부랴부랴 우체통을 고쳐

의자 위에 올려주었는데

멀리서 딱새 부부가 슬프게

둥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험난한 곳을 피해

잠시나마 안전하게 쉴 곳을 찾은 게

우리 집 우체통이었을 텐데

덜컹거리던 우체통을

진작에 고정시켜 놓을 걸

아침부터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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