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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17. 2020

시골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도시와 농촌은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지금 살고 있는 충청남도 홍성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지만 (기차 2시간, 자동차 2시간~3시간) 대도시와 군 단위의 격차는 상당하다. 서울에서는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해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들이 이 곳에서는 소중하고 필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골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시골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군 단위 이하의 지역을 말한다.)


시골에도 많은 청년들이 있다. 토박이, 학생, 직장인, 창업자, 귀농귀촌인 등등...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청년에게 시골살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1. 대중교통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대학시절 지역에서 올라온 친구가 있으면 늘 장난 삼아하는 말이 있었다.


 '너 집에서는 소 타고 다니지?'

(늦었지만 그때 가짢은 농담을 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친구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시골에서 자동차가 없다면 두 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서울에서 흔한 지옥철과 지옥 버스가 그리울 지경이다. 시골은 대중교통이 매우 열악하다. 2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되는 버스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있다면 그 날의 운을 다 쓴 셈이다. 서울에서 살았다면 앱으로 버스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시골에서 그런 기능의 앱은 없다. 가장 최첨단 기술은 버스 정류장에 붙은 시간표 정도... 그것도 제시간에 오면 럭키일테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없다면 어디를 돌아다닐 수가 없다.(택시 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땅 파면 택시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지역 인구가 감소하면서 2시간마다 다니던 버스도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고립되고 묶여 있기 때문에 문화활동도 쉽사리 진행되기 어렵다.



2. 일하고 싶은 일자리는 있니?


귀촌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이미 각오를 한 부분이었지만 더 어려운 일이었다. 서울시 인구 약 1000만, 홍성군 인구 약 100만 지역의 크기만큼 일자리 또한 부족하다. 지역 일자리와 관련해서 연배가 좀 있으신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홍성에도 일자리 많지 않나, 김 공장도 있고... '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일거리는 많지만, 청년들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공장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부족한 다양성을 말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홍성에서 취업을 하고 싶다면 그 직종이 매우 제한적이다. 신입을 채용하는 곳도 몇 없다. 다행히 홍성에는 대학교가 있어서 젊은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이들은 졸업 후 도시로 다시 돌아간다. 패션학과, 영상학과, 호텔조리학과, 스튜어디스학과 등을 전공한 학생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홍성에 없기 때문이다.



3. 기성세대와 소통은?


홍성으로 귀촌하기 전 사전조사 차원에서 종종 귀농귀촌 캠프에 참여했다. 한 번은 아버지 또래 형님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젊은 사람이 귀농귀촌에 관심 있다고 하니 더 살갗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젊은 사람이... 참 지역에 필요하지,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데 내 아들이 시골 가서 산다고 하면 때려죽여도 말릴 거야.'


기성세대에게 시골은 '실패', '패배자'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성공하고 싶으면 서울로 가라는 것이 유효하다. 시골 토박이도 악착같이 공부해서 서울로 유학 가려고 하고, 명문대에 합격하면 마을 곳곳에 플랜카드가 붙는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시골에서 농사짓는다고 하면 어디서 빚졌냐고, 뭐 잘못하고 도망가냐며 핀잔을 듣는 형편이다. 서울에 살면서 키워 놓은 자식이 시골 가서 살겠다고 하면 그 부모 마음은 오죽하겠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 청년인구는 계속해서 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청년정책을 활성화하고 있는 추세로 지역 지자체들도 청년정책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들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시의 경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에서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간, 인력 등 사업을 운영할 여력은 부족한 상황이다.(시골은 노인 인구의 비중이 높아서 정치적으로 노인과 관련된 정책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청년은 취약계층인 셈이다.)


시골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아직 이곳을 떠날 마음이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도 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지역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을까. 오히려 많은 이들이 지역을 떠나가는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그런 기회가 있다면 지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싹 틔울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작이 미비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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