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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25. 2020

작은 시작과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했다. 미래의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강남에 있는 대형 어학원 6개월 코스(박코치 어학원)에 등록했다. 우연한 기회로 독일로 2주간 배낭여행을 갔는데, 카투사 나온 친구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고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영어는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두리번 다닌 내 모습이 싫었을 수도 있다.)


당시 어학원의 교육방식은 독특했다. 학원 원장(박 코치) 수업시간이면 영어보다 자존감에 대해 잔소리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자존감이 없다면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자존감을 높인다는 취지로 매일 'I like my self, I like my self, I like my self'를 외치고 수업을 시작했다. 학원을 다닐 땐 '수강료가 아까우니까,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데로 했다면, 요즘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l like my self'를 외치곤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영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을 때와 낮을 때 나의 모습을 비교해봐도 외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차이가 크다. 항상 자존감이 높다면 좋겠지만 주변 상황이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주변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태클에 멘탈이 부서지고, 한번 추락한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리기에는 일정 수준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으면 '내가 왜 사나' 싶을 정도의 우울한 기분과 '어차피 해도 잘 안될 텐데, 해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에 나태함과 무기력함이 밀려온다. 주변 환경이 나의 자존감을 깍아내리고 있다면 이 악순환은 끊어 낼 수 없다. 악순환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도망치거나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매번 도망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은 아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놓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망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고, 작은 시작과 작은 변화를 경험해보자.


개인적으로 자존감은 무엇인가를 성취하였을 때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훌륭하게 도출됐을 때 스스로의 노력에 뿌듯함을 느끼고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자존감인 것 같다. 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하겠다고 너무 상위 목표를 설정해두면 발벙둥치다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마치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이 오는 것처럼)


현재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해보자. 오늘 저녁에 밀린 설거지 하기, 강아지와 30분 이상 산책하기, 밀린 공과금 납부하기, 취침 전 독서 30분 등등 소소하지만 작은 시작이 작은 변화를 만들고 나에게 용기를 준다. 일상에서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일을 할수록 효과는 더 좋다. 작은 시작이기에 바로 큰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그 일을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자존감이란 컨트롤하기 어려운 녀석이다. 한편으로는 나의 자존심 또는 열등감이 만들어 낸 감정인 것 같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로서는 자존감에 따라 그날의 기분과 업무 결과, 사람들과의 관계도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더 이상 컨트롤되지 않은 자존감 때문에 내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싫다. 일상에서의 작은 시작과 작은 변화를 쌓으며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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