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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n 26. 2020

엄마의 거짓말

중학교 2학년 때쯤인가, 가정형편이 휘청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집안 분위기가 좀 낯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엄마, 아빠가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부모님은 동네 초등학교 앞 작은 분식집을 인수하셨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집에서도 국자를 잡지 않던 아버지는 가게에서 요리를 하셨다. 정말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종종 가게에 가서 일을 도왔다. 작은 가게였기 때문에 손님을 응대하는 일보다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인생에 있어서 엄마와 가장 많은 주제로 많은 대화를 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중에 뭐 하고 싶니?'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아들의 장래희망과 미래가 궁금하셨던 질문이었는데, 한창 꿈 많던 청소년이었던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음악도 해보고 싶었고 무엇 하나 선택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힘없는 목소리를 한마디 툭 던지셨다.


'아들, 그런 건 나중에 커서 취미로 해'


아들에게 뭐든 다해주고 싶었겠지만, 가정형편상 그렇게 말해줄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 아마도 엄마가 힘겹게 꺼낸 거짓말이지 않았을까. 그 날 이후로 그림, 음악과 관련된 직업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지만 직접 그리거나 연주하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때 엄마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 내 인생은 또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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