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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창업을 준비하며 놓쳤던 것들

by 심군

작은 젤라또 가게를 준비하면서

나는 그 누구보다 들떠있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내 사업을 한다는 생각에

이 사업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에

시작은 하지도 않고 사업 확장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쳤다.


가게 오픈 후 7~8개월이 지난 지금

내 텐션은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시작 전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열정 뽕에 취해서 놓쳤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1. 바로 대박 날 줄 알았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내 사업 아이템이 바로 대박 날 것이란 작은 기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젤라부은 읍내 외진 곳에 있고 요식업을 창업한 경험이 없었기에 겉으론 ‘손님이 찾아와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는 대박의 꿈을 쫓고 있었다.


특히 홍성 및 그 주변 지역에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가 전무한데, 그만큼 차별화된 아이템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차별화된 아이템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큼 접근성에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 제품의 가격, 먹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젤라또를 처음 접하는 손님들도 많다



2. 경쟁사는 무수히 많아


지역에 젤라또 가게가 전무한 만큼 우리의 경쟁사는 ‘배스킨라빈스31’ 하나뿐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의 경쟁사는 무수히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젤라또는 수많은 디저트 중 하나일 뿐이다. 커피, 빵 등 세상에는 먹을 게 참 많다. 또 대형마트 및 편의점에서도 아이스크림 묶음 판매로 저렴한 아이스크림을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다.


젤라부의 경쟁사는 무수히 많더라



3. 상사가 없는 꿈의 직장?


내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가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지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진다. 어떤 일을 하던지 결정과 선택의 연속이다.


회사에서 처럼 직장상사가 없기 때문에 눈치 볼 일이 없지 않냐고 말할 수 있는데, 직장상사보다 더 무서운 건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손님은 우리 가게의 빅보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제품(또는 서비스)이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또는 사소한 일로 손님의 신뢰를 잃는다면… … 그 이후는 상상도 하기 싫다.


손님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고

4. 작은 가게라도 할 일은 태산


처음 도전하는 창업이기에 처음부터 욕심은 없었다. 작은 가게에서 젤라또를 만들고 손님들과 인사하는 평범한 일상을 생각했다. 시간이 남으면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하고 남들보다 여유롭게 내 시간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오후 12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에 문을 닫고 겉으로 보기에는 짧은 시간처럼 보이겠지만, 맛있는 젤라또를 제공하겠다는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가게에서 보낸다. 가게 밖에서도 일 생각이 가득하다.


가게의 운영을 위해서 또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참 짧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놓쳤던 것들이 쉽게 보이는데, 왜 당시에는 몰랐는지…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에 들떠서 창업을 조금 얕잡아 봤나 보다. 그렇다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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