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촌 생활을 꿈꾸는 당신에게
푸르른 하늘이 반기는 6월, 지난주에 이어서 또 다시 홍성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충청남도와 젊은협업농장, 삼선재단이 작년부터 진행한 '촌스러운 일 상상캠프'에 신청했는데,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촌스러운 일, 상상캠프'는 농업, 농촌에서의 삶과 일을 상상하는 20~30대 청년들에게 2박 3일간 간접적인 농촌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땀을 뻘뻘 흘리는 농촌체험을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나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농사 일하고 막걸리 마시는 캠프라고만 생각해 작업복을 많이 챙겼는데, 짐만 많아졌다;;;)
길고도 짧은 일정이였지만, 비슷한 뜻을 가진 청년들 그리고 귀농귀촌을 해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우리나라에서 귀농귀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캠프 첫날은 오롯이 '나'를 찾는 시간인 '피정'으로 이뤄졌다. '귀농귀촌'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20여 명의 청년들이 어색하게 주뼛주뼛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원형으로 둘러앉아 침묵의 시간을 음미했다. 돌아가며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우리는 천천히 상상캠프라는 공동체에 스며들어 갔다. ('침묵'한다는 것이 익숙한 행위가 아니였지만, 그 나름대로 편안한 시간이였다.)
점심 이후에는 '나'를 돌아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내면과 외면 상황을 표현하는 사진을 한 장씩 선택한 후 3명 씩 조를 나눠서 그 상황에서 오는 갈등, 깨달음 등을 이야기 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나머지 두 사람은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종이에 그려줬다. 그림 그리는 능력을 떠나서, 오늘 처음 본사람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선물해준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오후 프로그램이 끝나고, 캠프 근처에 있는 '생미'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생미 식당은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2013년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단순한 식당이라기 보다 농촌에 필요한 시설을 정부와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한 의미있는 식당이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관련 글 : 생미식당 단상(斷想),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농어민신문
저녁 식사 후에는 구자인 선생님과 '귀농귀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농업', '문화적 욕구', '일거리', '금전적 생활', '장소' 등 조를 나누고 질문 내용을 정리했다. 조원들과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면서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구자인 선생님의 답변을 통해서 현실적인 조언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첫날 일정은 마무리 됐다.
둘쨋날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농촌은 해가 뜨자마자 일을 시작한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야 땡볕을 피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6시부터 첫 일정이 진행됐는데, 3조로 나누어 아침식사 전까지 농장의 일손을 거들었다. 우리 조는 행복농장을 방문했다. 행복농장은 하우스에서 허브와 루꼴라 등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두둑에 풀을 뽑고, 밭을 평탄화하고 멀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람 일손이 많다보니 1시간 만에 일이 끝났다.
아침 작업으로 땀을 흘린 이후에는 캠프 근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와 그 지역 유기농 재료로 든 빵, 잼, 요구르트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땀흘리고 먹는 밥이 맛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홍성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농촌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금융시장에서 근무하다가 귀농해 돼지농장으로 마을발전을 진행 중인 이도헌 대표님, SBS 귀농프로그램 농비어촌가로 홍성에 내려온 후 지금은 오이와 들깨를 키우고 있는 부석만 대표님, '이응노의 집'에서 예술을 통해 마을과 함께 하고 싶다는 윤후영 학예연구사님, 자연농법으로 7년 째 논농사를 하고 계신 금창영 선생님, 형제는 아니지만 농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김용찬, 김지현 대표님 등 이분들은 서로가 다른 방식으로 귀촌귀농 생활을 선택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부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농작법은 가지각색이다. 서로의 철학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데, 농촌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로가 농촌을 택한 이유가 다르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캠프를 통해 만난 대부분의 농부들이 '농부의 삶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서 그들의 고된 일상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서는 걱정보다 농사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바쁘게 농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순식간에 저녁시간이 됐다. 저녁에는 '청년농부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젊은 농부들(귀농귀촌 6개월 ~ 7년차)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뒷풀이 형식으로 맥주와 와인을 마시고, 농촌 아이돌인 '시골영감'팀의 공연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둘쨋날 저녁 뒷풀이가 길어져서인지, 마지막날 아침은 보다 여유롭게 시작했다. 아침 식사 후 마지막 캠프의 마지막 세션을 진행했다.
정민철 선생님과 '농업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느낀 것과 추가적으로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다. 정민철 선생님은 직업적으로 농촌에 다양한 기회가 있으며, 마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귀농귀촌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 그동안 '나'를 중심으로 귀농귀촌에 대해서 생각한 것 같다.
개인의 관점에서 농촌을 바라봤다. 하지만 농총은 개인보다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오랜기간 연결되어 왔다. 기존에 생활하건 사람들에게 나란 존재는 한낯 외지인이다.
많은 미디어를 통해 귀농귀촌은 여유로운 삶이라고 포장되어 왔다. 그 모습에 반해 바쁜 생활 속 사람에 치인 도시 사람들은 여유로운 삶을 찾아 농촌으로 향한다. 그런 이상적인 농총생활을 꿈꾼다면 현실을 자각하길 바란다. 오히려 농촌생활에서 신경 쓸 요인이 많다. 마을로 구성된 농촌은 전형적인 커뮤니티 집단이다. 마을전체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모든 일이 하나의 커뮤니티에서 진행되는 만큼 겉으로 보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을에 스며들었을 때 비로서 내가 바라던 귀농귀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귀농귀촌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이 함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