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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Apr 15. 2018

나의 첫 퇴사

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2개월차

돌고도는 직장생활에 대하여



처음 입사했을 때 다짐했던 

1년이라는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그렇게 한해 두해를 보내다보니,

어느덧 스타트업 3년차가 되어있었다.


‘아웃라이어’의 작가 말콤 그래드웰은 

하나의 분야에 10,000 시간을 투자하면

준전문가가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아직 부족한게 많았다.


나름 바닥부터 시작해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잔뼈는 굵어졌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의문을 품을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걸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며 나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보람됐지만,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마감시간과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 등)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머릿속을 맴도는 고민들이 툭툭 

밖으로 표출되어 주변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주변 동료의 말에 따르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나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말을 걸 수 조차 없었다고 한다. 


반면, 회사 밖에만 나오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회사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정점을 찍을 때 쯤 

졸업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공무원 또는 대기업만을 목표로 

취업 걱정을 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과 기회가 있음을 

알려달라는 취지였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나 또한 사회 초년생이었기에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몇 일을 고민했다. 


짧지만 내가 경험한 사회생활과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발표자료를 만들었는데,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라”


목적없는 취업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발표가 끝나고 마음이 공허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후배들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봤을 때,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 아이러니 한 모습에 허탈함이 몰려왔다.


그 이후로 나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몇 년 후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현재 직장에서 "지금의 일을 계속하는게 맞는가?" 의문이 들었다.

3개월 뒤 서른을 앞둔 상황에서 

큰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혹자는 고민에 늪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3년이 넘도록 니가 이룬 것이 아깝지 않냐?”


현실을 관통하는 질문이었지만, 

그 후 내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던 3년 전, 

그 때도 지금과 똑같았다. 

하지만 지난 3년 내가 이룬 결과물은 

나의 능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싶다. 

남들의 시선보다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따라 가고 싶다.


2018년 1월 2일, 3년 8개월을 다녔던 첫 회사에서

나는 퇴사했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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