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아침 7시~8시. 출근길로 분주한 지하철, 카카오톡이 울린다.
대학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 매일 아침 똑같은 메세지가 오고 간다. 겨우 몇 시간 전 야근, 회식 전쟁을 마쳤는데, 눈 뜨자마자 출근해야 한다는 한탄 섞인 메세지이다. 오랜 준비 끝에 취업에 성공해 1~2년차 되는 20대 후반의 흔한 대화 내용이다.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렇게 또 다시 4~5년, 많게는 그 이상 대학생활 속에 성적관리와 스팩을 쌓으며 우리는 사회로 나갈 준비를 했다. 꿈꾸던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매일 상상하던 직장생활의 모습은 현실과 매우 달랐다. 잦은 야근과 회식, 윗 사람 눈치보기 등...상상하던 그곳에 회사는 있었지만, '나'는 없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뿐인데, 그들은 다시금 자신에게 묻는다.
지난 일요일 SBS에서 방영한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를 시청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세대의 잦은 퇴사와 이직 그리고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20대 후반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깊은 공감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작이 달랐던 3년 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나의 첫 직장생활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많은 이들이 대기업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제 막 광활한 정글로 뛰어든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전체 인원 6명,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한 모바일 광고회사였다.
당시 마지막 학기를 남겨 놓고 '나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고민에 빠져있었다. 무역을 전공했지만, 광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광고 동아리 및 대외활동을 들쑤시고 다녔고, 넓은 세계에서 꿈을 펼쳐보자는 마음으로 6개월 동안 미친듯이 영어공부를 했다. 그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무모했고, 열정 가득했다.
남들처럼 미친듯이 취업준비를 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보다 더 큰 우선 순위는 '경험'이었다. 상상이 아닌 현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무모했지만, 그 바램은 현실이 됐다. 물론 이름도 생소한 작은 스타트업에 취직함과 동시에 나는 불효자가 됐다.
첫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은 SBS 스페셜에서 나온 여느 대기업과 달랐다. 상사의 눈치, 불필요한 야근,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은 없었다. 하지만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그렇게 밤낮 없이 일했다. 월화수목금금금
PR&Research 부서(부서라고 쓰지만, 팀원은 혼자였다.)에서 콘텐츠를 통해 회사를 알리는 일을 도맡았다. 광고 회사였지만, 흔히 알고 있던 광고회사(대행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광고업계는 흔히 생각하는 대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고와 기술이 접목된 AD Tech 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새롭게 공부해야 했고,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였기 때문에 매일 글을 썼는데, 대학교 논문도 제대로 써본적 없는 놈이 한편에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수두룩했지만, 바로 업무에 투입되고 맡은 업무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하나, 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고,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운 좋게도 회사는 매년 성장했고, 험난한 정글에서 아직 살아남아 있다.
중요한 사실은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홈페이지를 기획하기도 했으며, 회사가 진행하는 컨퍼런스에 사회를 맡기도 했다. 각 역할과 업무에 대해 누군가 알려준적 없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성장했고 무엇인가를 성취할 때 기쁨은 항상 큰 여운을 남겼다.
스스로를 위해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업무량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또래 친구와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했고, 미래 모습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SBS 스페셜을 보며 잠시 잊고 있던 다짐을 떠올리게 됐다. 초심은 잃을 수 있어도 중심은 흔들리지 말자고. 그 중심을 되뇌이기 위해 매일 아침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