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지만 치열한 성장의 의식
작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마뱀이가 내 눈앞에서 처음 탈피를 시작했을 때,
나는 생명의 힘이 얼마나 고요하고도 치열한지를 알게 되었다.
거친 표면 여기저기에 몸을 비비며 조금씩 떼어내고,
적의 눈을 피하듯 부지런히 입으로 잡아당겨 삼키고,
잠시 쉬었다가도 다시 움직여 껍질을 벗겨낸다.
반투명하게 벗겨져 나오는 얇은 껍질,
그것을 스스로 삼켜가며 새로운 피부를 드러내는 모습.
잠시 멈춘 듯하다가도 이어지는 작은 몸짓은
오롯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 순간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변화는 종종 고요하게, 그러나 분명히 일어난다는 것을.
작은 도마뱀의 첫 탈피는
내게도 '다시 태어남'이라는 의미를 남겨주었다.
어느 날은 사육장 한쪽에
도마뱀이 벗어놓은 얇은 옷이 가지런히 놓여 있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아이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자연 속이었다면 금세 상위 포식자에게 들켜버렸을 거라고.
다시 태어나는 이 의식을 지켜보는 일은 뜻깊다.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 더 빛나기 위한 과정.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늘 기다리게 된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은 몰래,
내 시선을 피해 탈피를 마무리하지만,
언젠가 또 한 번 내 앞에서 펼쳐질 그 의식을 보고 싶다.
방해하지 않고, 모른 척 곁눈질로 지켜보며,
작은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