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의 휴식

자는 걸까, 깨어 있는 걸까. 쉼의 의미를 찾아서

by 쉼결
졸고있는 도마뱀 굼벵이.png 눈을 뜨고 자는 도마뱀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을 데려온 이후 처음 낮을 맞이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건 "얘가 지금 자는 걸까?"였다.


보통 잠잘 때라면 눈을 감고 조용히 있겠지만,

크레스티드 게코는 다르다.

눈꺼풀이 없어서,

잠들어도 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잘 알지 못해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지금 깬 거야, 아니면 자는 거야?"


자세히 보면

눈 위의 볏, 마치 속눈썹처럼 생긴 작은 크레스트가

살짝 내려오며 졸린 인상을 만든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 흐릿해지고,

몸은 나무에 바짝 붙어

숨결만 간신히 느껴질 만큼 고요하다.


나는 호기심에 종종 장난을 치곤 했다.

손가락을 눈앞에서 살살 흔들면

내내 축 늘어져 있던 눈썹이 슬쩍 올라가며

마치 "뭐야? 먹이인가?" 하는 듯 얼굴이 따라 움직인다.

그 반응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지만,

그건 졸고 있던 아이를 깨운 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곧 깨달았다.


처음엔 "왜 이렇게 힘이 없지?" 하고 걱정했지만,

그건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잠을 자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에

요즘은 장난을 꾹 참아보며,

편히 자도록 지켜보기만 한다.


생존을 위한 경계심으로

눈을 뜨고 자는 모습은 언뜻 낯설지만,

그 안에는 고요하고도 확실한 쉼이 있다.

눈을 감지 않아도 나름대로 깊이 쉬는 법을 알고 있나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배운다.

꼭 눈을 감아야만 쉴 수 있는 게 아니며,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쉼과 고요를 찾는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작은 사육장 안에서,

눈을 크게 뜬 채 잠든 마뱀이를 보며

나는 또 하나의 진실을 깨닫는다.

삶의 쉼표는 남들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내는 것이라는 사실.


쉼의 결을 잇다 © 쉼결. All rights reserved.

이전 11화집사,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