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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May 11. 2024

취미 만들기

자전거를 탑니다.

취미 만들기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유일한 취미라고 생각했던 술도 다 때가 있는 법인지 점차 횟수가 줄어든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 되었다. 아직도 글쓰기는 내게 힘든 존재였나 보다. 하루에도 몇 작품씩 탄생시키는 작가들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것없었다. 쓰다만 글들이 늘어갔다.


나태함인지 무료함인지 노트북이 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나도 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다. 허구한 날 밤마다 눈이 떠져 미친놈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글도 쓰고 그랬는데. 안 쓰니까 다행인 건가. 잠이 와서 다행인 건가.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서인지 불면증이 없어졌다. 설마 봄이어서 춘곤증이 밤에 온 건 아니겠지.


두어 달 전 가까운 지인분이 가슴이 답답하다며 병원을 다녀왔다. 협심증이라고 했다. 일단 약을 먹어보라고 해서 꾸준히 약을 먹고 나서 병원을 또다시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수술을 하라고 했단다.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데 수술을 하라는 게 이해 안 된다고 한다. 어디가 이상 있고 그래야만 수술하는 거 아니냐고 투덜대더라. 듣고 있던 나는 답답해서 한마디 했다.


"어디가 이상 있으면요? 가슴 쿡쿡 쑤시고 그런 거?? 숨이 막 가쁘고 그런 거?? 가다가 쓰러지고 그런 거??"

지인:"어. 그렇지."

"그럼 늦은 거 아닌가요??"

지인:"그럼 그런건가..."(쩜쩜쩜)

"의사가 괜한 농담 했겠어요?? 아무런 이상이 없을 때가 좋은 거 같은데요??"

지인:"듣고 보 그렇네 그런가보네..."


나는 걱정도 되고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할 거 두 마디 세 마디 했다. 이제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온다고들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꾸준히 건강관리를 한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겠지. 대부분 뭐 그때까지 사느냐고 고개를 절레절레하겠지만, 막상 그때 가면 더 살고 싶어 안달일 것이다.


그동안은 건강에 대해서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픈데도 없고 병원하고 별로 안 친했기 때문이다. 그저 숨쉬기 운동이나 할 줄 알았지 별다른 운동은 없었다. 주위에 아픈 사람도 생기고 하늘로 가는 사람도 생기고 이제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던가. 성격상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는 걸 싫어한다. 기분 닿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걸로. 예전에 생각에만 그쳤던 자전거가 떠올랐다.


10년 전에 샀던 미니벨로가 아직도 현관 앞에 버티고 있다. 얼마나 안 탄 건지 먼지는 쌓여있지만 아직도 새거 같다. "저거는 마실용이지 운동용은 아니야..."

자전거 하면 생각나는 쫄쫄이 바지에 헬멧 쓰고 고글 쓰고 막 쌩쌩 달리는 그런 거. 고개 푹 숙이고 폼나게 달리는 사이클.

"그래 그거지."

 나는 로드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 입문하는데 뭐 처음부터 비싼 걸 사.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고, 얼마나탈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위안을 삼았다.

그러다 당근을 검색하니 가격이 너무나 착했다. 7~80만 원짜리 중고로 15만 원. 자전거를 타겠다고 생각한 지 하루 만에 사기로 했다. 역시 이놈에 추진력하나는 최고지.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

판매자:"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타던 건데, 바람도 가득 넣어놨고. 잘 나갑니다."

"타이어에 실밥이... 타이어가 오래되었나 봐요."

판매자:"이거 뭐 그냥 손으로 뜯으면 돼요. 잘 나갑니다."

"어어. 그럼 실밥이 다 딸려오는데."

판매자:"하하. 이까짓 것 뭐. 잘 나갑니다."


안장이 카본 초경량으로 예전에 유행했던 거래나 뭐래나..

너무 딱딱해서 앉으면 엉덩이에 덜컹거리는 충격이 바로 왔다.

판매자:"잘 나가지요?"

"잘 나가긴 하는데 제 엉덩이가 나갈 거 같은데요?"

판매자:"온 김에 그냥 사셔. 잘 나간다니까는. 하하"


그래. 안장이야 바꾸면 그만이고, 타이어도 좀 더 버틸 대로 버티며 타보자는 생각에 그냥 사기로 했다.

"까짓것 주셔요."

판매자:"잘 생각하셨어. 잘 나가 잘 나가. 고마워요. 잘 가고."


이게 벌써 한 달 전 일이다.

자전거 매장에서 2만 원짜리 안장을 사서 바꾸고는 안양천을 달렸다. 안양천은 라이더들의 천국이다. 자전거도로가 너무나 잘되어있다. 신호도 없고 차를 타는 것과 비교해도 시간적으로는 큰 차이가 안 난다. 물론 허벅지는 터질 거 같지만.


인터넷으로 휴대폰거치대도 사고 고글도 샀다. 헬멧과 쫄쫄이 옷도 사야 되는데, 어떤 사이즈를 사야 될지 입어보고 사야 될 거 같다. 매장을 알아보다가 아직은 그냥 버티며 타고 있다. 다음 주는 꼭 가야겠다.


판매자 말대로 잘 나가긴 잘 나간다. 자전거의 묘미인 건가. 라이딩을 하는 이유인 건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봤고, 요즘은 날이 더워져 아침 일찍 타기도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발은 쉬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날이 더워지면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날파리떼. 불기둥처럼 회오리바람처럼 솟아오른다. 많아도 너무 많다. 하루는 마스크를 안 끼고 나가서 날파리만 먹다가 도로 들어왔다. 얼굴에 죽은 날파리가 대여섯 마리는 붙어있었다. 복면을 사야 되나 고민 중이다.


현재 왕복 25킬로까지 라이딩을 해봤다. 새로운 목표로 조만간 여의나루를 찍고, 한강라면을 먹고 올까 생각 중이다. 그럼 왕복 36킬로는 될 텐데 오는 길은 꽤나 힘들겠지만.


얼마나 탔다고 점점 장비 욕심이 생긴다. 고가의 자전거들은 몇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 타다 보면 자꾸만 눈이 돌아간다.

아직은 정신줄을 잡고 있지만 흥미를 더 느낀다면 지를까 생각 중이다. 그래도 당근이 있으니까...


자전거를 탑니다. 염창교 앞 안양천 합수부에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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