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아빠를 최고로 만든다

2화] 이제 휴가다!

by 끄적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우리 대가족은 새벽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들렀는데, 역시나 우리나라 공중 화장실은 정말 최고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아빠. 휴지통에서 우웩~ 모기 백 마리가 나와." 아들내미가 소리치며 뛰쳐나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공항이 붐비지 않아서 다행히도 빠르게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엄청 나게 더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웬걸. "야. 우리나라보다 더 선선하다." "이 정도면 여행하기 딱 좋은데?" 장인어른이 말씀하신다.

코타키나발루 날씨는 우리나라의 여름기온과 비슷해 연중 24도에서 32도 정도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10월에서 2월까지는 우기며, 나머지는 건기다. 스콜 형태의 잦은 비가 있으나, 그친 후 맑고 쾌청한 날씨가 많아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다.


말레이시아 동부 보르네오섬 최대의 도시이며 인구는 약 54만 명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제셀턴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항구 이름으로 남아있다. 인구는 중국계 인구 비중이 굉장히 크다. 여기저기 중국 말이 많이 들린다.



보통 기온도 높고 습도까지 높아 더욱 덥게 느껴지는 시기인데, 새벽이라 그런지 우리가 느끼기에는 제법 선선했다. 시간은 우리나라 보다 한 시간이 더 빠르니 시차 걱정도 문제없다.


공항에는 이미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은 다른 관광객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현지가이드가 우리를 인솔했다. 우리는 항공권과 리조트 패키지에 그리고 반딧불 투어까지만 여행사를 통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모두 자유 여행을 하기로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가이드는 우리를 '더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주고, 체크인까지 도와주었다. 6년 전에 왔을 때에도 우리는 이 리조트에서 묵었었다. 사방이 뻥 뚫리고 천장이 높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때 기억의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였다.



'마젤란 수트라 리조트'는 넓게 펼쳐진 안락하고 전통미가 조화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입구에 내리면 들여다 보이는 거대한 로비는 다른 리조트에 비해 정말 압도적이라 입이 떡 벌어진다.


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벽에 달라붙어있는 새끼 도마뱀은 마치 6년 전의 데자뷔와 같았다. "아빠. 저거 잡아주면 안 돼?" "잡아줘~" 아이들이 귀엽다고 난리다. " 꼭 만화에서 나오는 도마뱀 같은데 굉장히 빠르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사방팔방 널린 게 도마뱀이다. "야 야. 문 빨리 닫아 도마뱀 들어올라." 한 마리로 보면 귀여운데 여러 마리가 모여있으니 나는 징그러웠다.



저가 항공이라서 기내식도 못 먹은 탓에 배가 고팠다. 물론 컵라면 하나 사 먹었지만. 태풍 때문에 정신없이 들른 마트에서 장을 봤던 봉지라면과 햇반에 김치 김 등 이것저것을 꺼내 놓고, 우리는 한 방에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라면 뽀글이 하면 또 한 뽀글이 하는 내가 짜파게티와 스파게티, 진라면 등을 즉석식품처럼 맛있게 만들었다. 수프 절반에 물만 부으면 뚝딱. "오~ 맛있는데?"


장인어른과 형님과는 종이컵에 소주 한잔. "캬~ 좋다." 하루의 피로가 싹 가셨다. 한 병에 200ml 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먹다 보니 네 병. 옆에서 장모님이 한소리 하신다. "그만 좀 먹어! 아주 다 먹어버리겠네. 여기까지 와서도 술이야 술" 역시 장모님의 파워. "내일 아침 9시 조식~ OK? 아침에 식당에서 봅시다."



방에 들어가 짐을 대충 던져놓고 베란다로 나갔다. 1층이라서 뷰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다가 멀리 살짝 보인다. "저쪽보다는 그래도 여기가 낫다. 그렇지?" 와이프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모두 고생했어! 얼른 자자~ 굿 나잇"


너무나도 길었던 하루다. 이게 하루동안 있었던 일이라니. 태풍을 뚫고 날아온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빠. 여행 오니깐 너무 좋다 그치?" "아빠 최고야~"


지금껏 최고라는 말을 별로 들은 적 없는데. 나는 그렇게 최고의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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