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맛탱구리 망고" 연진이

3화] 1일 차

by 끄적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아침이다. 이미 시곗바늘은 9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그놈에 태풍 때문에 잠 못 자.. 여행 오느라고 잠 못 자.. 피곤할 만도 했다. "조식 꼭 먹어야 할까?" 와이프와 아이들은 아직 인기척이 없다. 그때마침 전화가 온다. 아버님이었다. "안 일어났냐?"


"야야. 다 일어나. 우리만 안 나왔대." 허둥지둥 세수도 안 하고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식당 옆 파란 하늘과 야자수 그리고 수영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건 뭐 보는 것마다 그림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오나 보다.



우리 딸내미는 아주 어려서부터 호텔 조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아마도 여행을 올 때마다 나를 따라 조식을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그런 기억이 아직도 좋은가 보다. 와이프와 아들내미는 자느라고 조식을 거르더라도 우리 둘은 꼭 챙겨 먹었다. 우리는 조식 짝꿍이었다.


평소에는 아침도 안 먹는데 여행 와서 먹는 조식은 이상하게 잘 넘어간다. 다 먹고서는 동생 주겠다고 손에 빵을 쥐고 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꼬맹이었었는데 벌써 12살이나 되었고 나이만큼이나 해외여행을 다닌 우리 딸이다. 영어를 곧잘 해 이제는 우리 가족의 통역사로 통한다.


이번 조식은 모두 다 함께 했다. 여행 첫날이기도 하고, 미적거리다가는 하루가 금세 지나갈 거 같았다. 3박이라는 시간이 워낙 짧기도 했다. "빵이라도 먹어. 망고주스 맛있는데 갖다 줄까?" 눈뜨자마자 끌려오다시피 한 아들내미는 멍하니 명상 중이다.


워낙에 우리나라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음식도 입맛에 맞았다. 야밤에 몇 잔 마셨다고 나는 쌀국수가 제일이었다. 국물을 연신 드링킹. "아 시원하다. 형님 쌀국수 맛있는데요?" 우리 대가족은 그렇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오늘의 스케줄을 짰다. "일단, 수영하다가. 시내에 가서 점심 먹고 마사지하자."



수영복을 입고 나오자 햇빛이 강했다. 얼굴이 새카맣게 탈 거 같아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마젤란은 수영장도 좋지만 수영장 옆에 있는 바다가 더 좋았다. 수심이 낮은 앞쪽에도 물고기와 많아 스노클링을 하기 딱이었다. "아 퉤퉤. 어우 짜." 아들내미가 오랜만에 바닷물 좀 먹었나 보다.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모를 정도로 색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꿀팁]

마젤란은 수영장도 좋지만 앞쪽에 바다가 아이들이 놀기에는 더 좋다는..

수영장은 중간이 없다. 꼬마들이 놀기에는 애매함..


바다 위에 떠있는 보트며 수상스키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휴가의 묘미란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벤치에서 누워 바라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물놀이 조금 했다고 벌써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물속에 몇 번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 금세 지쳤다. 이제 갈 때가 됐나 싶었다. "갑시다." "어디로?" "시내로"


씻고 나와 우리는 로비에서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아침에 조식을 먹으면서 어플을 깔았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 공유 어플이다. 싱가포르를 시점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매우 흡사하며, 카카오보다도 3년 정도는 빠르다.


꿀팁]

'그랩' 어플로 카드등록을 해놓고 택시를 이용하면 편하다는..

택시비도 굉장히 저렴하고, 택시도 빨리 온다.

4인승과 6인승이 있다.



우리 대가족은 10명이어서 4인승과 6인승 두대를 불렀다. 우선 내일 섬에 들어가 레저를 즐기고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제셀톤 포인트로 일단 가자." 제셀톤 포인트는 19세기말 영국이 말레이시아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최초로 상륙한 곳이다. 티켓팅을 하러 들어가려고 하자 입구에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이 즐비했다.


한국말로 "반딧불?" "마누칸?" "씨워킹?" 묻는다. 한국사람이 정말 많이 오는구나 싶었다. "반딧불 노. 마누칸. 씨워킹 오케이." 조금은 부드러워 보이는 삐끼 한 명을 따라 흥정을 했다. "마누칸 텐, 씨워킹 투, 패러세일링 투." "하우머치?" 흥정은 붙이라고 했던가...


한화로 32만 원쯤 부른다. "노. 하프." 일단 절반부터 후려쳐본다. 손사래를 치며 "노. 노. 안돼 안돼." "그거 안 되면 안 해." 너무 심했나 싶었다. 절반은 미친 척 던졌고, 깎이긴 깎인다. 근 40%는 깎이는 게 신기했다. 쿨한 흥정과 함께 우리는 제셀톤에서 나왔다.


꿀팁]

'제셀톤 포인트'

가격은 무조건 깎아야 한다... 한 40%는 깎인다...

이렇게 싸는구나...



"웰컴씨푸드로 가자." 점심은 씨푸드로 정했다. 역시 여행은 자유여행이 좋다. 가이드를 쫓아다니다 보면 여행 후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격도 비싸고, 일정에 맞춰 강행군을 해야 한다. 그건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산걱정 없는 '그랩'은 이용하기 정말 좋았다.


'웰컴씨푸드'에 도착하니 마치 우리의 수산시장과 같았다. 여러 식당들이 즐비한 곳에서 우리는 적당한 식당을 선택해 들어갔다. 형님과 함께 메뉴판을 보고 감으로 하나씩 골랐다. "이거 하나, 이거 하나, 음... 이것도 하나." 그림을 보고 고르고 옆에 있는 종업원에게 추천도 받았다.


맥주를 시켰는데 식당에 시원한 맥주가 없다니. 이게 무슨 영문인 건지 싶었다. 미지근한 맥주가 아이스 바스켓에 담겨 나왔다. "아~ 이거 금방은 못 먹겠는데요?" 아버님은 그런 게 어딨냐며 자꾸만 한국말로 시원한 맥주를 달라고 하신다. "일단 드시죠."


주문했던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다 먹을 때쯤 하나. 또 하나 먹을 때쯤 하나. 음식이 느릿느릿 나왔다. "우리가 빠른 거냐. 여기가 느린 거냐?"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시켰던 음식이 모두 입맛에 맞았다. "이 정도면 뭐 쏘쏘~" 다들 만족한 눈치라 다행이다.



식사 후 인근에 있는 '코코넛마사지'로 향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가까웠지만 땡볕에 멀게만 느껴졌다. '코코넛마사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한글간판에 반갑기도 했다. 뻘뻘 땀을 흘린 등에 코코넛오일을 바르는 마사지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타이마사지'가 더 좋다. 코코넛마사지 이건 뭐... 미끈한 오일에 마사지를 하는 건지 때를 미는 건지... 때를 밀면 시원하기라도 하지. 눈감고 자려고도 했지만 에어컨도 없고 후덥지근 꿉꿉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언제 끝나나 계속 기다리다 보니 마사지가 어느덧 끝이 났다. "괜찮았아요?" 다들 말이 없는 걸 보니 말 안 해도 비디오다.


꿀팁]

코코넛오일마사지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나보다...



마사지에서 나와 우리는 '필리피노 마켓'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값이어서 사 먹지 못하는 망고를 잔뜩 사 먹기로 했다. 입구에 가자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 한국말에 '존맛탱구리 망고 연진이'를 연신 외친다. "이게 무슨 일이래?" 물건 파는 상인들도 기본적인 한국어는 하고 있었다. "맛있어 먹어봐 먹어봐." "존맛탱구리 망고~"

이게 한류의 힘이구나 싶었다. 나도 안 본 '더 글로리'가 선풍적인 인기라고 한다. "나만 빼고 다 봤구나!"


우리는 "존맛탱구리 소년"한테서 망고를 종류별로 한 봉지씩 샀다. 웃기기도 했고 먹어봤더니 맛도 좋았다. 시장을 돌아보며 빨간 닭날개 구이와 생선구이도 샀다. 비주얼이 강한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아 더워. 일단 나가자." 더운 날씨에 시장 안은 숨이 턱턱 막혔다.


시장에서 나오니 시간이 애매했다. "아. 선셋 봐야 되는데." 우리는 또다시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숙소로 향했다. 이것저것 샀긴 했지만 부족했다.


꿀팁]

필리피노 마켓

망고는 강추... 나머지는 그다지... 괜히 샀나...


그렇게 알찬 1일 차를 보낸다. 망고는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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