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도 문다. 피라냐 아냐?

4화] 2일 차

by 끄적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오늘은 마누칸섬에 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 티켓팅을 할 때, 오늘 아침 9시 반까지 제셀톤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할 스노클링장비며 이것저것 챙기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을 먹을 때 주위를 살피고 삶은 달걀을 열개나 챙겼다. "시간이 좀 애매한데요. 늦겠는데요."


서둘러 로비에서 또다시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택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너무 편했다. 가끔 해외에서 렌트를 할 때면 모르는 길에 네비를 보느라 신경이 곤두서는데 말이다. 여기는 더군다나 우핸들이고 차선이 반대여서 피곤할 것 같았다. 예전에 오사카에서 렌트를 했다가 진땀 좀 흘렸다.



'제셀톤'에 도착하니 역시나 시간은 살짝 넘었다. 배는 떠났고 10시에 다시 배가 있다고 했다. 어제 그 삐끼는 연신 반말로 "앉아 앉아." 시간이 남아 음료수도 사고 밖에 나와 구경 좀 했다. 섬에 들어가려는 많은 인파로 분주했다.


꿀팁]

섬에 들어가려면 조끼도 렌트해야 함...

섬 입장 시 입장료에 현장에서 지불하는 환경세가 별도 있음

가까운 섬은 마누칸, 마무틱, 사피, 가야가 있음


얼추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조끼를 걸치고 배에 탔다. 조금 큰 보트였는데 출발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달렸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바다를 가르며 쌩쌩. 탁 트인 시야는 저 멀리까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너무나 깨끗했고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었다.


통통 튀는 보트에 아이들은 재밌다고 난리다. 나도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조금 지나니 엉덩이가 아팠다. 그렇게 30여분 흘렀을까 우리는 마누칸 섬에 드디어 도착했다. 입장 시 환경세를 지불하였고, 돗자리도 빌리는 곳이 있길래 하나 빌렸다.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짐을 풀었다.



꿀팁]

나무로 된 벤치는 무료임..

유료인 줄 알고 바닥에 돗자리 깔음..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


"선크림 줘봐." 다시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보트에서 내렸을 때에는 열대어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스노클링 하는 얕은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거의 없었다. "에이 왜 이렇게 안 보이냐." 물이 얕아서 그런지 물도 혼탁해 보였고, 그래서인지 물고기가 어쩌다 한 마리 보이는데 별로였다. 차라리 리조트 옆에 바다만도 못했다.


"아 배고파." 아침 조식 먹을 때 몰래 가져온 삶은 달걀에 음료수를 먹었다. 여행을 오면 꼭 끼니를 맞춰 먹기가 어려웠다. 와이프와 딸내미와 함께 섬을 한 바퀴 돌아봤다. "오. 식당 괜찮은데 있는데?" 커피에 맥주, 음료, 식사며 이것저것 많이 파는 곳이 있었다. 와이프는 "그냥 이따가 나가서 먹자."



꿀팁]

화장실 앞에 샤워장 있음..

안쪽으로 괜찮은 식당도 있음..


딸내미와 조카는 '페어세일링'을 하기로 해서 현지 가이드를 따라갔다. "애들만 보내도 되겠지?" 아직은 애들만 보내본 적 없어서 조금은 불안했다. "가서 무서우면 안 타고 그냥 와도 돼!" 가는 딸내미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래도 영어는 되니깐. 걱정 마." 우리끼리 위안을 삼았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딸내미와 조카가 돌아왔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 타니깐 재밌었어." 기특하기도 했고, 다 컸구나 싶었다. 잠시 후에는 나와 함께 씨워킹을 하러 출발했다. 보트를 타고 한참을 달려 씨워킹을 하는 곳에 도착을 했다.


가이드인지 스쿠버다이버인지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라. 리쌍 노래네?" 신기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어제 망고 연진이에 이어 이번에는 노랜가 싶었다. 잠시 후 그 사람은 우리한테 설명했다. "리슨 투 미 에브리원" 어쩌고 저쩌고...


꿀팁]

씨워킹은 말 그대로 바다를 걷는 것..

헬멧과 같은 것을 쓰고 들어가면 물이 목까지 밖에 안 올라옴..

물속에서 압력으로 인해 귀가 먹먹할 때 침을 한 번씩 삼켜주면 끝


예행연습 없이 뒤로 바로 들어간다. 약간 겁이 난다. 9살 아들내미도 같이 하려고 했었는데 데리고 오면 난리 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다리를 뒤로 내려가 물속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가 딸내미를 향해 "무서우면 안 해도 돼." 하자마자 헬멧을 쓰고 다이버가 물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물속으로 들어갈 때 좀 답답한 느낌이다. 중학생이 된 조카는 잘할 거라 생각됐고, 딸내미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내가 생각하던 물속이 아니었다. 파란색에 깨끗한 바닷속에서 보는 열대어를 생각했었는데 이건 웬걸. 회색빛 바닷속에서 보는 열대어였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잠시 후 바닷속에서 딸내미를 만났다. 나는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연신 그려댔고, 딸내미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안도와 함께 씨워킹을 즐겨보고 싶었으나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색빛 바다였던 건 수많은 관광객들이 계속 그 자리에서 물고기 밥을 주기 때문이다. 다이버가 내손에 물고기 밥을 쥐어준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내손으로 왔다. 손을 살살 피려고 했는데, 어떤 물고기 놈이 내 손가락을 문다. "아. 젠장." 물속에서 말할 사람도 없고... "아 씨. 왜 이리 아파. 피라냐 아냐?" 피는 안 난다. 손가락을 무는 바람에 밥이고 뭐고 손을 냅다 펴버렸다. 재수가 없으려니깐 별.. 마음에 안 들더라니..


씨워킹이라고 해봤자 물속에 심어놓은 파이프를 잡고 조금씩 걷는 거뿐이었다. 잠시 후 다이버가 내 손을 잡고 물 밖으로 올라간다. 나는 씨워킹은 진심 별로였다. 내가 다시는 하나 봐라..

아이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괜찮았지?" "너네 손가락은 어때?" 나만 물어서 다행이다.



우리 대가족은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너무나 배가 고팠고, 한식이 그리울 때도 됐다. 택시를 타고 "신라레스토랑"으로 갔다. 한글 간판에 배달주문 전화번호가 인상적이었다. 삼겹살과 소주, 냉면, 비빔밥, 김치찌개, 족발까지 이것저것 마구 시켰다.


음식맛이 우리가 흔히 먹던 맛과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이 집 맛있는데?" 오랜만에 먹는 한식 덕분에 든든했다. 아버님과 형님과 소주 두 병을 금세 비웠다. 세병을 시키려고 할 때 "그만 좀 드셔. 으이그." 어머님 한마디에 동작 그만.


꿀팁]

한식당 신라레스토랑 맛있음...

가격은 그냥 한국이라고 생각하면 됨


"아. 오늘도 선셋 못 봤네.' 우리는 붉은빛이 남아있을 때쯤 숙소에 있는 '바'로 향했다. 거기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이게 휴가지."


2일 차도 너무나 알찬 하루를 보냈다.

"방에서 소주 한잔 더 해야지?"

"예. 아버님."

우리는 그렇게 남아 있는 술을 모두 해치웠다. 헤롱헤롱...


손가락이 아직 얼얼했다. "그 열대어 자식.." 다이버는 수중영상을 톡으로 보내준다더니 아직도 연락이 없다. 낚인 거 같다.


내일은 선셋을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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