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선셋을 보다

5화] 3일 차

by 끄적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다. 3박 5일이라고 해봤자 밤에 왔다 갔다 하루씩을 제외하면 3일이 고작이다. 마음 같아서는 한두 푼도 아닌 여행경비를 생각하면 모든 걸 제쳐두고 한 달씩은 오고 싶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익숙해질 때쯤 다시 돌아가는 게 여행이다.


잔뜩 벌어놓고 한량이 같이 먹고 노는 날이 언제 가는 올 것이라 꿈꾸며 지금도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날이 올진 모르겠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이 꼭 개미같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모이는 건 아니더라. 어디 열심히 안 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열심히 살기 마련이다.


우리 대가족은 여행 마지막 날 조식 만찬을 즐겼다. "아빠. 가기 싫다. 우리 여행 또 갈 거지?" 아들내미와 딸내미가 같이 물어본다. "그럼. 안 가본 데로 또 가야지." 딸내미는 5학년, 아들내미는 2학년이다. 돈도 돈이지만 커갈수록 점점 시간을 빼기도 어려워진다.



뭔 놈에 학원은 그리 많은지. 나는 평소에 교육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아빠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라고 하지 않던가. 와이프가 애들을 케어하느라 항상 바쁘다. 나야 열심히 돈만 벌어다주면 그만이다.


숙소를 한 바퀴 돌며 눈에 담아본다. "이제 두 번 와봤으니 여기는 안 와도 되겠지?" 우리 대가족은 모든 짐을 꾸리고 로비로 내려와서 체크아웃을 했다. 가이드를 기다리면서 마지막으로 다 같이 가족사진도 찍었다. 그래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반딧불 투어'가 남아있다. 유일하게 여행사 패키지로 신청했다. 반딧불도 현지 제셀톤에서 신청했다면 비용이 몇 배는 쌌을 것이다.


꿀팁]

제셀톤 포인트 '티켓팅 홀'에서 모든 관광 입장권 티켓팅이 가능..

입구에 있는 삐끼들에게 흥정 가능

가격은 일단 후려치면 됨..


가이드가 탄 버스가 도착해 모든 짐을 실었다. 반딧불 투어는 밤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시내 자유관광이었다. 가이드는 '이마고 쇼핑몰'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이마고 쇼핑몰'은 코타의 최대 쇼핑몰이다. 5시간 동안이나 우리는 '이마고'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지인들에게 나눠줄 초콜릿도 사고 여기저기 구경했다. 점심은 한식당이 있어서 내심 어제의 신라레스토랑을 기대했지만 다들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지인 입맛에 길들여진 한식은 우리 입맛에 맞을 리 없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역시 쇼핑은 내 체질이 아닌가 보다.


꿀팁]

이마고 쇼핑몰 '에버라이즈 마트'에서 선물이나 기념품을 살 수 있음.. KOREA식품 진열장이 따로 있음...

코코넛초콜릿, 똥냄새 나는 두리안초콜릿, 카야잼, 커피 등을 살 수 있음

두리안초콜릿 냄새 죽임.. 먹고 트림할 때마다 올라옴...



시간이 되자 가이드가 왔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반딧불 투어로 향했다. 가는 동안 가이드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저런 농담과 함께 우리를 시골마을로 데려갔다. 강에서 가끔 악어도 나온다고 한다. 물은 생각 외로 더러웠다. 냄새도 나는 거 같았다. 날이 어두워져야 하기 때문에 먼저 선셋을 보고 반딧불을 보러 가는 코스였다. 보트라고 하기도 그렇고 뗏목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네모난 뗏목을 개조한 보트와 같았다.


가까운 거리에 선셋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코너를 돌자 바다로 이어지며 멀리 선셋이 펼쳐진다. 지금껏 보아온 선셋은 선셋이 아니었다. 역세 세계 3대로 손꼽는 선셋 명소라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바다로 비치는 붉은빛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연신 "와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아름답다.


꿀팁]

세계 3대 석양 명소에 빛나는 코타키나발루다..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손에 꼽는다.

코타 하면 아직도 제일 먼저 생각난다.. 강력 추천



인생 최고의 선셋이었다. 이런 광경은 언제 또 볼까 싶었다. 어두워질수록 붉게 물들어 하늘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더 멋지게 보였다. 그 여운은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주위가 어두컴컴해지자 우리는 보트를 타고 반딧불이를 향해 출발했다. 가이드가 손전등을 반짝반짝 비추니 반딧불이가 반짝인다. 반딧불이를 본 게 얼마만인가..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한두 번 봤던 거 같다. 희미하게 비추는 아날로그적 불빛은 그야말로 감성을 자극했다.


보트로 유인을 하니 신기하게도 반딧불이 하나둘씩 날아온다. 날아오는 반딧불이를 손으로 잡아본다. "와. 잡았다." 아들내미 손에 쥐어주자 신기한 듯 들여다본다. "와. 신기하다." 계속해서 보트로 날아오자 사람들이 난리다. 반딧불 투어도 역시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팁]

반딧불이를 찍겠다고 휴대폰을 열면 안 됨...

화면에 담지 못한다고 함. 도망감..

잡을 때는 모기 잡듯이 말고 살포시 손 안으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선셋과 반딧불이었다. 아 그리고 강에 악어가 있다는 말에 설마 했는데 우리는 진짜 악어를 보았다. 사람만 한 악어가 강가에 쓱..."악어다 악어." 그렇게 악어를 끝으로 우리는 여행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3박 5일이라는 짧은 여행은 우리 대가족에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코로나라는 벽에 갇혔던 세상길이 열렸으며, 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다시 찾아본다. 없는 돈은 만들면 되지만, 시간은 만들 수 없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빠. 우리 다음에는 어떤 나라로 갈 거야?"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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