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과의 전쟁 그리고 일상회복

6화] 에필로그 "여행 그 후"

by 끄적


나는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과 한 달에 한번 국내여행을 꿈꾼다.


아침 5시 반쯤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다. 무사히 잘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피로가 급 몰려왔다. 우리는 또다시 형님 카니발의 의자를 접고 벤으로 만들었다. 역시 "사람보다 짐이 먼저다." 캐리어를 다시 테트리스하듯 트렁크에 싣고 바닥에 앉아 잠이 들었다. 졸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 "모두들 너무 즐거웠어요. 푹 쉬세요."


이게 얼마 만에 집에 오는 건가. 나는 어항 속에 금붕어 밥부터 챙겼다. "아이고 이놈들 배 많이 고팠지?" 어항 속에는 구피가 열다섯 마리 정도 있다. 자동 먹이 급여기를 예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이런 때는 꼭 아쉬웠다. 하지만 진작부터 어항을 없애자는 누구의 주장 때문에... 앞으로 곧 정리를 해야 될 듯하다. 아이들도 이제는 관심 밖이어서 나 혼자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밥 줄 때만...



짐을 팽개쳐놓고 대충 씻고 모두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오후 두 시쯤 되었을까. 우리 가족은 이때부터 비상이 걸렸다.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화장실을 왔다 갔다. 아들내미는 게다가 열까지 난다. "아빠, 나 설사." "아빠, 나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어쩌지. 일단 빨리 가자." 다행히도 월요일이어서 우리는 다 같이 집 앞 병원으로 향했다.


우선 아들내미는 고열까지 나는 상태라 독감검사까지 했다. 때마침 어제 같이 갔던 조카가 독감이라고 전화 온다. 조카가 어제 열이 나더니 만 붙어 다니던 아들내미에게도 올 것이 왔다 싶었다. 역시 인가 싶었을 때, 다행히도 아들내미 검사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얘는 왜 안 나올까?" 장염이라고 하니 일단 한시름 놓긴 했다.



물갈이일 수도 있고, 급성으로 온 거 같기도 하다고 한다. 처방해 준 약과 죽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무한 휴식을 취했다.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나와 와이프는 그나마 이틀정도 갔을까. 그런데 아이 둘은 꽤나 오래간다. "이거 장염 맞아?" 또다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또 독감검사... 검사결과는 다시 음성. "장염이 맞는 거 같은데요?"


여행은 우리에게 장염을 선물했고, 장염과의 전쟁을 혹독하게 치렀다. 방법이 없었다. 약 먹고 죽 먹고, 약 먹고 맨밥 먹고. 그렇게 무려 일주일 가까이 지났을까. 장염이 다 낫기까지는 꼬박 일주일이나 걸렸다. "태풍 올 때부터 알아봤어야는데..." 아이들도 입맛이 돌아왔는지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꽉 채운 냉장고가 텅텅 비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역시 뭐든 비워야 맛이지."


어느덧 아이들 학교가 개학한 지 일주일이 흘러간다. 언제 여행을 갔다 왔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듯한데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다.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며,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들내미는 여행에 대한 기억이 좋았는지 아직도 도화지에 '코타'를 그리고 있다. 이래서 여행을 가는구나 싶다...



"아빠, 여기는 우리가 수영했던 섬이야.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엄청 파랗지?"


여행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히지만 가슴속은 영원히 기억한다. "잊힐만하면 다시 떠나겠지..." 여행이 주는 소소한 행복과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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