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일의 중요성...외교 관련 보도

한국일보 장인철 칼럼 <엄혹한 외교현실과 '나태한 몽상들'>

‘정신승리’라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는 안 통하는 논리를 세워서 마치 싸워 이긴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매몰된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로는 이상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냥 몽상에 빠진 경우도 있다. 이런 표현이야 등장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어쩌면 현실에 대한 경영 능력이 없을수록 끼리끼리 모여서 정신승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건 아닐가 싶기도 하다.      


현실은 냉정하다. 비정하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자연계는 이런 현실이 아무런 가림 없이 관철되는 곳이다. 약육강식이 그냥 섭리로 통한다. 태풍도 누구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사람의 문명은 이런 현실의 비정함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한다. 강한 사람이라고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보장과 복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의 문명이 이런 변화를 가해도 현실의 비정함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 사회적으로 항상 불평등이 존재하고 그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모든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국제관계는 더 그렇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빼고도 항상 세계 어디에선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명분론에 강하다. 물론 명분은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큰 힘 가운데 하나지만 명분에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은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각 집단과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기준으로 비판하고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으로서는 자신의 주된 소비자층만 기준으로 어느 쪽이든 방향을 잡으면 이해타산이 맞을 수 있다. 그런 것이 정말 공익을 기준으로 한 저널리즘 판단일 수는 없다. 우리 언론은 특히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냉정하고 현실적 보도를 하기보다는 대중적 분위기를 따르는 경향이 크다. 일본과의 관계가 제일 두드러진다. 한일 관계에서는 정신승리를 불사하는 경향이 커진다. 한국 언론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언론의 적대적 보도 행태가 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고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 상처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더 그렇다. 그런 감정에 편승하는 건 쉬운 일이다. 언론으로서 그런 길만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언론이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기보다 자기 시청자와 독자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사회적 역할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칼럼을 소개하려다 말이 길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도 필요한 말을 하는 언론인이 더 많이 필요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1515130002410?did=NA 

작가의 이전글 '선당후사' 하겠다는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