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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신뢰도. “올해도 최하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 꼴찌는 아니어서 다행?

<미디어오늘>은 지난 6월 15일 “뉴스 전반적 신뢰 ‘28%’...4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조사에 한국이 참여한 뒤로 해마다 반복되는 기사다. 아주 다양한 객관식 문항을 온라인으로 답하게 하는 이 조사에 어느 정도나 신뢰도를 부여할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특히 나라마다 이런 조사에 대한 응답자 특성이 매우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조사가 드물다 보니, 특히 여러 나라를 줄세우기 하는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가 가능하고, 또 안 그래도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국내 여론과 맞아떨어지다 보니 이 보고서는 나올 때마다 큰 주목을 받는다. 특히 언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조사를 특히 신뢰한다. 이번에도 이 보고서를 소개한 한 블로거는 “세계 주요국가들의 뉴스이용 현황과 인식을 분석하고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조사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조사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이런 권위 있는 조사에서 한국 언론이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1위로 ‘최하위권’이라고 강조한 그 블로거의 결론은 빨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끝났다. 이 조사가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는 조금 신중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1위를 했다는 그 조사의 질문은 이랬다. “I think you can trust most news most of the time”이라는 질문에 ‘Strongly disagree, Tend to disagree, Neither agree nor disagree, Tend to agree, Strongly agree’라는 5개 항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동의 여부를 묻는 대상인 진술문은 “나는 당신이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다.      


이 지점에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이 질문은 얼마나 많은 사전 전제를 깔고 있나? 한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언론 매체들이 있다. 등록된 매체가 2만 개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등록되지 않은 ‘OOO TV’ 같은 식의 소규모 매체들이 넘쳐난다. 도대체 여기서 ‘대부분의 뉴스(most news)’는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걸까? 더구나 지금처럼 언론이 정파적으로 갈라져서 똑같은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다르게 보도하는 경우가 수시로 나타나는 한국에서 정말 전반적인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더 있다. 이 질문은 그래서 ‘매우 동의한다’와 ‘대체로 동의한다’를 합쳐서 신뢰한다는 답으로 표시하고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를 합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으로 표시한다. 이 질문에서 ‘신뢰한다’고 답을 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도 있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을 한 사람들의 비중을 통해 한국 언론에 부정적인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중요하게 볼 수도 있다. 주요 언론들 중에서도 예외를 찾기가 쉽지 않은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감안하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불신한다’를 뺀, 그러니까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평가를 중요하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이 조사에 답을 할 기회가 있다면 나 또한 중립(동의도 부동의도 하지 않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럼 실제 조사를 보자. 이번에 조사에 응한 사람은 2003명이었다. 위의 질문, 즉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사람은 28.5%였다.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은 26.6%. 다시 말해 믿을 수 있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나머지인 무려 45.0%는 중립을 선택했다. 불신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따지면 한국의 언론에 대한 평가는 무척 양호한 편이 된다. 이 조사에는 ‘매우 동의한다’에서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까지 5점에서 1점까지를 부여해서 평균을 낸 부분도 있다. 한국의 평균점은 2.97로 전체 평균인 3.09보다는 낮다. 하지만 한국의 2.97보다 평균점이 낮은 나라는 미국(2.78), 영국(2.87), 프랑스(2.84), 스페인(2.83) 등등 무려 16개가 있다. 46개국 중의 순위는 29위다.      


이 조사는 주로 한국 언론 신뢰도가 전세계 최하위권, 전세계에서 몇 년째 꼴찌 등의 자극적 제목을 뽑을 수 있는 각도에서만 주목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언론조차 자신들의 신뢰도에 대한 조사 내용을 이렇게 자극적으로, 자학적으로 보도할 뿐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은 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언론인이 이 조사의 구조적 문제나 설문 문항의 문제 등을 따지는 글을 썼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욕만 먹었다. 한국 언론 신뢰도를 꼭 그런 식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과 같은 주장을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문항이 더 있었다. 먼저 “나는 내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진술문을 놓고 역시 ‘매우 동의한다’에서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하게 한 것이다. 내가 소비하는 뉴스를 신뢰한다는 답은 37.9%로 전반적인 뉴스에 대해 신뢰한다는 답 28.5%에 비해 거의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반대로 불신한다는 답은 16.7%에 그쳤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도 중립적인 응답이 45.5%나 됐다는 점이다. 5점 척도로 낸 평균점도 위의 설문 평균점인 2.97에서 크게 올라간 3.21이었다. 전체 평균인 3.26보다는 조금 낮은데 이 평균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따져보면 46개국 중에서 30개국이다. 역시 최하위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제일 눈에 띈 문항은 이것이다. “온라인 뉴스를 생각하면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걱정된다”(Thinking about online news, I am concerned about what is real and what is fake on the internet)라는 진술문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이다. 걱정된다는 응답이 무려 66.2%였고, 보통이라는 답이 29.2%, 걱정되지 않는다는 태평한 답은 4.6%였다. 한국 응답자들의 온라인 공간에서의 허위 정보에 대한 염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5점 척도로는 3.77로 전체 조사대상 46개국 중에서 무려 9위에 해당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 이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온라인 뉴스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 매우 걱정하고 있고, 그나마 자신이 소비하는 뉴스는 그럭저럭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믿을 만한 사실적 보도’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전반적인 언론에 대한 불신도가 바로 이런 전반적인 온라인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염려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이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언론’을 도대체 어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일지 더 궁금하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공식 보고서에 모든 조사 내용이 실려있지 않아서 조사 데이터를 요청해서 받았는데, 조금씩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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