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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2심도 무죄...이 사건을 되짚어볼 시간이 왔다

언론윤리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곳저곳에, 띄엄띄엄 글을 쓰다 말다 했는데, 한곳에 글을 모아서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읽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기 때문에, 내 생각을 기록해두는 창고로 사용할 생각이다. 첫 글은 며칠 전에 썼던 것이기는 한데, 이동재 전 기자의 무죄 판결에 대한 것이다. 판결문을 입수하면 좀 더 분석을 해서 자세하게 글을 써볼 생각이다. 이 글은 2심 선고가 났던 1월 19일에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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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채널A 기자 이동재 씨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요(미수)가 되려면 애초에 검사를 조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 애초에 이 사건의 실질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제기된 의혹은 검찰이 이동재 기자를 이용해서 유시민을 공격할 거리를 이철로부터 받아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검언유착’의 프레임이다. 이동재 씨의 취재 방식이 적절하냐, 또는 바람직하느냐는 것과, 이렇게 ‘검찰과의 유착’을 통한 부당한 취재였고, 사실상 검찰과 한통속으로 움직였다는 전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이때의 검찰은 당시 부산고검으로 쫓겨가 있던 한동훈 검사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검찰과 이동재가 서로 좀 안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로 유착해서 공조하고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렇게 서로가 한 팀으로 움직일 정도가 아니면 기자가 수감 중인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서 뭐라고 한들 사실 탄탄한 변호인을 둔 이철이 겁을 먹고 의무 없는 일(제보)을 하도록 강요당할 리가 없다. 


약간만 현실적인 면을 더 살펴보면, 만약 아무리 식물 총장 운운하고 있어도 윤석열(한동훈)이 이철을 압박하고자 했다면 굳이 젊은 기자를 가운데에 끼워서 이철과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기자를 시켜서 수감 중인 이철에게 편지를 쓰게 했다는 건 어느 정도로 현실성이 있는 그림일까? 


실제로는 언론의 영향력이나 신뢰성이 형편없다고 그렇게 깎아내리기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이럴 때는 언론이 검찰을 좌우할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젊은 현장 기자 한두 명이 검찰과 공조를 해서 유시민이라는 여권의 주요 인사를 손보려고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한 것이다. 사기 전력을 가진 제보자X에게 속아서 있지도 않은 로비 리스트를 입수하겠다고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는 줄도 모르고 안달복달을 했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상황. 


아직 2심 판결문을 구해보지 못하고 기사로 난 것들만 본 상태인데, 1심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기자라는 사람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취재 행위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의무 없는 일이다. 그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즉 취재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기자는 설득도 하고 읍소도 하고 때로는 압박도 한다. 항상 예의바르게 “취재에 응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어서 “싫소”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취재를 접어버리는 것을 뉴스 이용자들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언론이 가급적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부당하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방금 말했듯이 취재는 항상 임의적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취재원을 움직여서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이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너무 쉽게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상대가 정치적 반대 세력이라면 아예 취재를 빙자해서 혼을 내고 괴롭히러 가는 것을 ‘응징 취재’라고 부르고, 이것을 사이다라고 박수를 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취재원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앞뒤가 안 맞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는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언론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나는 지금도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되는 날을 기억한다. 다른 분들도 이 사건을 처음 알린 보도를 잘 살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언론윤리라고 하는 매우 미묘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마치 엄청난 사회적 비리를 단독 발굴한 폭로성 사건 기사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윤리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지금 돌아보면 이 사건은 최초 보도와는 적지 않은 사실적 차이가 확인되었다. 취재 과정은 몰래카메라를 동원한 전형적인 기만 취재 방식이 동원되었다. 언론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방식이 이렇게 단정적이고 폭로성이라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언론윤리 문제는 기자 사회 전체의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문제적 취재나 보도 방식에 대한 반성을 통해 우리 언론의 윤리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실 측면에서의 차이점들, 취재 방법의 문제점, 보도 방식의 문제 등등에 대한 논의가 차분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동재 전 기자가 동원한 취재 방식의 문제점 또한 차분하게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실제로 그 전에도 수감자에게 편지를 보내 취재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수감자들에게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 PD들이 몰래카메라를 장착하고 접견을 해 몰래 녹취를 했다가 고발된 일도 있다(이들도 결국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슷한 일이라도 어떤 식으로 해석되고 비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실감했다. 이 사건이 가져왔던 사회적 갈등과 혼란, 여러 사람이 이와 관련해 민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던 상황 등등, 우리 앞에는 정말 정리해야 할 많은 것들이 놓여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인물들이 기소가 되었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이제는 관련 사건들을 관찰하는 것 외에도 당장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으로 삼을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직접 만날 수 없는 이런 취재원들에게 접근할 때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언론윤리 문제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성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비평을 하려던 프로그램들이 스스로 논란에 빠졌었는지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이 판결을 보도한 기사 하나를 첨부해 둔다.

https://www.news1.kr/articles/492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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