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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Mar 06. 2021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시도는?

셀프인터뷰 05_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고!

아래의 글은 '컨셉진 스쿨'의 <당신의 지금>이라는 3월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받게 된 일간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향후 프로젝트에 성공할 경우 수령하게 될 인쇄용 제본에만 글이 실리는 것이 아쉬워서 브런치에도 매일 연재를 합니다.

질문 하나당 답변의 길이는 공백 포함 최대 950자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글자수의 압박으로 인해브런치에는 수정하지 않은 초고 그대로를 올립니다.




5.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라는 말이 있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시도는 무엇인가요?



2012년 2월,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퇴사를 했지만 정작 공부는 뒤로한 채 무작정 ‘문밖세상’이라는 명함을 하나 팠습니다. 그러던 중 그해 4월경 선배의 제안으로 정부 정책사업 공모에 모교와 협력해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었고, 최종 선정되어 사업을 이끄는 실무 총괄PM으로 전국단위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집에서 일을 시작했기에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사무용품과 업무용 짐이 늘어 집은 점점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일을 지속하기는 힘들겠다, 사무실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던 중 문화원 근무 시절에 알던 주민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그 정도면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아는 분 건물 지하가 비어있는데 한 번 가볼래요?”라고 제안했고, 전 그길로 바로 따라나섰습니다.


공간은 제가 필요로 하는 크기보다 훨씬 컸고, 재개발 지역이라 서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시세였습니다. 심지어 구청장 선거캠프로 쓰인 전적도 있다고 하니, 터의 기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운영비 지출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결정이 망설여졌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상황에서 그 공간 이상의 조건을 만나기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하나 하기로 했습니다. '마흔에 시작해서 망하는 게 나을까, 서른에 시작해서 망하는 게 나을까?'라고 말이죠. 황당해 보이는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서른에 시작해서 망한다면 마흔보다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공간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9년간 실패의 쓴맛을 맛보는 나날이 많았고 남들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과정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제 길을 걸어왔기에 과거의 선택에는 조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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