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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May 06. 2016

고민상담의 최후

결정, 그리고 스스로 위안하기


아주 가끔, 흔치는 않지만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살다보면 간혹 판단력을 잃어버릴 정도의 큰 고민과 마주할 때가 있지 않은가. 나 역시 최근에 그러한 일을 겪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을 하기 힘든 상황과 마주하게 됐고 결국 조심스레 주변사람들에게 고민의 보따리를 풀놓게 된 것이다. 근데 참 신기할정도로 다들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언제나 내가 양자 택일의 순간에서 고민을 털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답을 내놓았었다.



양자택일의 순간이라 함은 대체로 이러하다. 하나는 남들 보기에도 안정적이며 사회적 지위도 있는 자리에 추천을 받은 것, 다른 하나는 앞이 보이질 않아서 여전히 헤매기 일쑤지만 조금은 고되더라도 지금의 자리에서 좀 더 노력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순간 좋은 제안에 흔들려 두 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면 대체로 대답은 하나다. 예상대로 경제적인 것, 나이 들어감, 여자라는 이유 등을 들면서 뻔하게도 모든 이들이 전자를 선택하길 강력하게 추천하곤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존심에 심한 스크래치가 남았다. 마음을 아리는 흔적의 이유는 이랬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가고 있는 길이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도 듣지 못할 정도로 막막한 상황에 놓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또한, 은연중에 지금껏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드는 것이다. 내 꿈이 그렇게 응원받지 못할 일인가, 혹은 우리나라에선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그렇게 응원받지 못할 일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꿈꾸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인색한 것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물론 한편으론 나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 좀 더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이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번 후자의 경우를 선택해왔었다. 며칠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내 선택에 대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있다. 그런데 어쩐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치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도 괜스레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이미 선택은 끝났다. 지금의 자리에서 잘 버텨내고, 잘 이겨내는 것만이 답이다. 느린 발걸음일지라도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으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내는 것이 오늘 느낀 감정들을 떨쳐내버리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래. 지금처럼 이렇게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선택한 길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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