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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Oct 22. 2016

교통사고 후유증

평생 따라다니는 고질병

아주 오래 전 일이다. 11살 때 횡단 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허벅지 골절과 종아리 전체의 근육 및 피부 괴사로 인해 장기 입원과 여러차례 수술을 받은 바 있다. 4학년 5월 3일에 사고가 난 이후, 결국 5학년이 되어서야 학교에 나갈 수가 있었다.

덕분에 가끔씩 이 다친 다리가 말썽을 부리곤 한다. 보통은 그냥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쑤시고 아픈 정돈데, 1년에 꼭 몇 차례씩은 다리 전체와 오른쪽 골반까지 뼈가 아리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끙끙거리면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어제오늘이 딱 그런날이다. 대체로 자고 일어나면 통증도 잦아들고 날씨가 맑아지면 나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엔 좀 달랐다.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어찌나 심하게 아리던지, 밤새 앓는 소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오랜만에 집에 올라와 옆에서 주무시던 엄마가 깼고, 내 다리를 한참이나 주물러주셨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 까. 푸르스름한 빛이 창으로 든 후에나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인천 출장준비를 했는데, 아무래도 다리가 너무 무겁고 통증이 여전한 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불참 의사를 전달 한 후 진통제를 한 알 먹고는 종일 침대신세다.

허리가 아픈 엄마를 챙겨드리려고, 서울로 모셔놓고는 이렇게 아픈 모습만을 보인 게 영 마음이 쓰인다. 특히나 오후에 원주로 내려간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에서 "엄마 몸 신경쓰지 말고 아픈 네 다리나 잘 챙겨. 집에 오니까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다 난다."라고 하시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어릴적에 내 병간호를 하느라 부모님께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신 터라 엄마 아픈 건 내가 꼭 책임지고 챙겨드려야지 하는 마음에 서울로 모신 거였다. 그런데 그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새벽부터 오후까지 종일 나만 챙기다 내려가시고야 만 것이다. 괜한 걱정만 끼친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직 어린데도 벌써부터 이러면 나이를 먹을 수록 어떨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십년도 넘은 일로 아직까지 아픈 게 정말 너무 속상하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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