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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Dec 02. 2016

늪에 빠지다

외로움과 고독의 늪

외롭다. 아니지. 고독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닌가. 만약 두 단어에 조금이라도 다름이 있다면 외롭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한 상태라고 해야 맞겠다. 한 단어로만은 지금의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으니 말이다.

난 지독하게 외롭거나 혹은 고독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극도로 멍한 상태가 되어 무기력의 끝판왕을 시전하곤 한다. 당장 닥친 일들을 다 미뤄둔 채 고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찾지도 않는다. 쉬이 채워질 그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증상이 보통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틀 정도 가기 마련인데, 이번엔 지독한 독감을 앓고 난 뒤라 그런지 더욱 진하게 밀려온다. 결국 외로움과 고독이 가져다준 무기력의 늪에서 조금도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상태다.

누군가가 툭 건들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을 하고는 그 고통의 신음조차 새어 나오지 못하게 입을 앙다문 채로 며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느새 아픈 건 조금 나아졌는지, 이젠 잠도 오질 않는다. 무기력한 상태를 지속할 핑계가 점점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이성은 이미 현실의 압박감과 물리적인 상황으로 인해 애저녁에 내 자신을 그 늪 속에서 끌어냈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그런데 깊이 젖어버린 내 감성은 늪에서 빠져나올 마음의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겨울밤. 그 추위만큼이나 매섭고도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온몸을 늪 속으로 깊이 끌어당긴다.

#아직_어른이되려면_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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