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
내게 꿈이 무어냐 묻는 이들이 많다. 열정의 근원은 어디서 나오느냐 묻는 이들도 많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이고 들어봤을 법한 질문들, 오늘은 그 흔한 질문 속 핵심단어인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날이 좋지 않은 어느 날, 아마 서울을 뒤덮은 희뿌연 미세먼지만큼이나 내 마음 속도 흐린 날이었던 것 같다. 퇴사가 결정된 직원이 면담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질문을 해왔다.
“항상 궁금했던 건데 질문 드려도 될까요? 대표님의 꿈은 뭐에요? 그리고 전 대표님이 참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열정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나요?” 사뭇 진지하다.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도 진지하게 답변하기로 했다.
“평소에 참 많이 듣는 질문이긴 한데, 오늘은 왠지 제대로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날이네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꿈은 ‘온전한 나를 사는 것’이에요. 그리고 난 스스로가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제가 다른 사람들 눈에 상당히 에너지틱한 인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는 누군가 중 일부는 저의 열정과 에너지틱함에 튕겨나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전 여전히 스스로가 열정이 넘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답을 들은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내가 열정이 없다고 한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상 열정적인 모습으로 ‘이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자극이 된다고도 했다. 덕분에 퇴사 전 면담은 삼천포로 빠져버렸고, 꽤나 긴 시간동안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이어질 내용은 그때 오고간 대화 속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기도, 부연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꿈’ 혹은 ‘인생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일에 대한 엄청난 성취를 얻는다거나, 빠른 성공을 이루고자함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당위성, 내 삶에 대한 사명감'을 지닌 채 혹은 그것들을 찾아가며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 당위성과 사명감은 내 삶을 인도하는 '지표'와도 같다.
그동안 틈틈이 적어온 삶의 파편과도 같은 글들에 의하면, 그건 '깃발, 별, 하늘, 해, 민들레 등'으로 표현되곤 했다. 그 지표라는 것은 어느 순간엔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것으로, 또 가끔은 멀리 있어 전혀 잡히지 않을 때도 있는 아주 막막한 것으로 내 삶 속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 하는 눈에 보이는 직업적 성취, 부, 명예, 권력 혹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도 인생의 목적이 아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의 이유로 내 인생의 목표는 그저 지표가 인도하는 곳으로 내 삶을 이끄는 것 즉, '온전한 나를 사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종착역을 꿈이나 하고 싶은 것을 이룬 순간이 아닌, '죽음' 뿐이라 단정 짓는 건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그저 삶의 과정 안에서 주어진 일들과 스스로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살아갈 뿐이다. 즉 '스스로에게 당위성 있는 행위와 스스로 부여한 사명감에 부합한 일'들을 해나갈 뿐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쌓은 경험과 능력이 이롭게, 또는 가치 있게 발휘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이룬 성취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여기는 편이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내면에 더욱 집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통해 자취를 쌓아가는 것, 그렇게 ‘온전한 나를 사는 것’이 가장 큰 꿈이며, 그 과정을 잘 살아나갈 때 발휘되는 에너지가 열정이라고 한다면 남들이 내게 말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이란 말도 십분 수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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