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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Oct 20. 2017

사무실 재계약, 생각에 잠기다

무엇이 나를 고난의 시간 속으로 인도하였는가?

오늘 사무실을 재계약했다. 일을 시작한 지는 6년째, 그중 이 곳에 둥지를 틀고 보낸 시간이 만 5년을 꼬박 넘겼다. 재개발 지역이다 보니 언제 쫓겨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에 월세가 낮고 이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인상 없이 동결을 유지해주기로 한 조건 덕에 별 고민 없이 ‘2년 연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장담하지만 지금 서울 하늘 아래 이 평수에 이만한 조건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지상이 그립긴 해도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이전 직장에서 인연이 있었던 주민의 소개로 이곳에 사무실을 내지 않았더라면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빠른 폐업절차를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임대료가 낮은 곳이기에, 말 그대로 '여기라서' 그동안의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들은 넘쳤지만 욕심만큼 능력이 따라주지는 못했기에, 지하이기는 해도 이곳을 만난 것이 어쩌면 내 인생에선 아주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수중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탈탈 털어서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길 벗어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세상도, 사람도, 사업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년 차인 2013년도에는 현금이 돌지 않아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택청약 담보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즉, 일명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급한 불을 겨우겨우 끄면서 버틴 적도 있었다. 당시엔 정말이지 어찌할 방도를 몰라서 몇 날 며칠을 잠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손에 꼽을 수조차 없다.


그렇게 몇 개월쯤 지났을까. 내가 가진 기획능력을 토대로 B2G와 B2B 사업들을 조금씩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보릿고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2년간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좁은 폭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2월에 또다시 더 큰 위기와 마주하며, 작년까지 그 여파로 인해 성장은커녕 사업자를 폐업하지 않고 수익을 내며 버텨낸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면서 위기의 연속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개인적 혹은 기업 차원에서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고 능력 없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창업을 선택하면서부터 이어지기 시작한 고통의 순간들은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직원이 퇴근한 후에 사무실에 홀로 앉아서 오전에 있었던 계약 건과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대체 무엇이 이토록 어렵고 힘든 고난의 시간 속으로 나를 인도하였는가? 아무도 등 떠밀지 않은 일을 '스스로 짊어진 사명'을 동기 삼아 제가 제 발을 내디딘 것이니, 투정 부릴 곳도 마땅치가 않은 그저 고독한 시간의 연속일 수밖에 없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늘은 왠지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떠 있는 섬처럼 지금의 기분을 누구와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유독 외롭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계속 달려야겠지. 오늘 낮에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지 고작해야 10시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앞으로 가야 하는 길에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글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자판을 두드려 본다. 어차피 난 결코 멈추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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