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내 멋대로 자작시 (3)

by 변희정


매화


-변희정-


설산을 뒤로하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꽃이 탐스럽다.


바람이 가지를 간지럽히니

그 여린 자태는 어느새

농염한 여인의 모습이 되어

야릇한 내음을 사방에 뿜어댄다.


이내 곧 그 자태와 향기에 취해

알 수 없는 황홀경에 다다르게 되면

내가 매화인지 매화가 나인지

아무것도 분간해낼 수가 없다.


그렇게 지독한 봄앓이가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뜨거운 태양도 품을 수 있는

어엿한 여인으로 자라있겠지.


에워싼 설산의 찬 기운도

칼날같이 매서운 바람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때의 시련이라며

그 쓴 고통을 감내해 낸다.





봄은 이미 친절하게도 내 곁에 와있다. 그런데 난 그 봄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있다. 곁에 두고도 한껏 사랑하질 못하니 애간장이 탄다. 그리고 아직은 이른 탓인지 여전히 바람은 매섭다. 막걸리를 한 잔 걸쳤는데도 오늘 역시 잠이 오질 않아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를 보며 실없는 소리나 내뱉고 있다.


2013. 03. 08 AM 01:50


전기(田琦, 1825~1854),<매화초옥>, 종이에 담채, 28×33cm,국립중앙박물관

"산 기슭 강가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함박눈이 휘날리는 것 같다. 그림에는 산골에 조그만 초옥을 짓고 묻혀 사는 벗을 매화가 한참인 어느 날 찾아온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백 없이 하늘까지 먹을 칠해 다소 묵직한 듯 하면서도 매화가 점점이 화면을 가득 메워 밝은 기상이 인다. 서양의 수채화를 보는 듯 전통 수묵화에서 볼 수 없는 공간감이 살아있다. 눈 덮인 산과 언덕 곳곳에 연두색이 봄의 발자국처럼 찍혀있다. 초옥의 창문 속으로 연두색 옷을 입은 선비가 앉아있고 왼편 다리 위로 붉은 옷을 입은 선비가 친구를 찾아오고 있다. 훈훈한 우정이 담겨서인지 겨울 풍경이면서도 왠지 따사롭고 정겹다."


이종세(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다리스토리> 제62권 제2호 2014년 2월, '전기의 매화초옥과 다리' 中에서,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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