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먹고살고, 문화예술로 사회를 변화시키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생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먹고 산다는 건 어쩌면 인간으로서 생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신성한 문제’를 풀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의 생이든 그 문제를 수월하게 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먹고사니즘(먹고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이 팽배한 이 사회에서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리 자발적 선택에 기초한 일이라고 해도 고난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척박한 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문밖세상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은 후 쉬이 글을 쓰지 못한 채 오랫동안 망설이게 된 이유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비영리 교육사업을 주로 해온 문밖세상, 지난 7년이란 시간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애써 힘들여 봉우리를 목표로 다 올랐구나 싶어 뒤를 돌아보면 그 봉우린 작은 언덕에 불과했고, 눈앞엔 또 다른 큰 산이 놓여 있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온 그 세월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혹은 얼마나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앞섰다. 따라서 여기서는 ‘메세나(Mecenat) 사업’과 ‘기업 사회공헌재단 사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주로 다루고자 한다.
2012년, 문밖세상의 문이 열렸다. '문화예술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꿈꾸며,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문 너머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를 자처했다. 즉, '문화예술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의적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문밖세상의 비전과 미션이다. 이에 항상 진정성을 바탕으로 디테일과 전문성을 겸비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밖세상은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사업을 기획·운영·실행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중 주로 서예와 미술 등 시각예술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예와 관련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한 것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자명한 단체라 자부할 수 있다. 2012~2014년까지 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지역아동센터)’과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주로 이어왔으며, 우리 단체가 거처하고 있는 성북구를 중심으로 ‘마을의 글씨를 입히다’, ‘마을로 찾아가는 글씨유랑단’ 등 글씨를 토대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문밖세상이 메세나 사업을 처음 참여한 때는 2015년이었다. ‘메세나(Mecenat)’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서 문예 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국내에서는 메세나를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활동으로 한정하고 현대 메세나의 행위 주체를 기업으로 보고, 그 대상을 문화예술로 보면서, 기업과 문화 간에 동등한 상호 호혜 관계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메세나 사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위한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던 1980년대의 과도기를 지나면서 변모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후원기업과 후원을 받는 예술단체 간에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공동기획형 메세나 사업들이 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2014년에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재정·시행된 이후 기업과 예술단체 모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메세나의 취지와 방향성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주로 해온 문밖세상의 비전과 미션에도 크게 부합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단체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메세나 사업에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특히 2015년 당시만 해도 공모사업을 중심으로 사업활동을 펼쳐왔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상당했고, 사실상 경영난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메세나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가뭄에 단비를 마주한 것과 같았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우리나라의 메세나 사업을 수행하는 대표기관이다. 중점 사업은 기업과 예술의 결연(파트너십 구축·지원·컨설팅)과 문화공헌 사업이다. 문화공헌 사업은 ‘찾아가는 메세나/Arts for Children/예술단체 육성’으로 나뉘는데, 문밖세상은 이 중 ‘Arts for Children’ 사업 중 하나인 ‘한화예술더하기’로 인연이 닿았으며 현재까지 시즌 3~4를 함께 하고 있다.
‘한화예술더하기’는 2009년부터 한화그룹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협력해오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시즌1(2009~2011) '아동 문화예술교육', 시즌2(2012~2014)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환경 인식 가꾸기', 시즌3(2015~2017) '전통문화예술교육을 통한 행복한 세상 만들기', 시즌4(2017~2020) '청소년을 위한 창의예술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시즌3의 주제가 문밖세상이 그동안 주로 다뤄온 서예라는 전통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서 선보일 기회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기존의 공모사업 운영방식과는 다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새로운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분업과 협업’의 시스템이다. 한화그룹, 한국메세나협회, 한화 사업장 사회공헌담당자, 예술단체 및 예술강사, 협력단체(수혜기관), 자문위원회 등 여러 주체가 모여 역할을 분업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교육을 받는 수혜자가 최상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밖세상은 시즌3에서 ‘꿈꾸는 붓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한 복지관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만났다.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전통서예를 미술과 결합한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설계해 다양한 체험적 요소들을 제공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자 했다. 소근육 발달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저학년이라 처음에는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나, 점차 매주 활동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봉사자로 참여한 한화 임직원 역시 아이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교육방식을 체험하며 서예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힐링하는 시간이었다는 피드백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붓으로 마음드림(Dream)’이라는 이름으로 분당의 한 중학교에서 시즌4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12월에는 교육결과물을 전시하고 재능을 나누는 ‘한화예술더하기-재능나눔 Arts Plus’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통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 마음과 일상의 변화를 꾀하고, 미적 감각과 창의성·예술성 함양은 물론 감수성 증진 및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주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예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변화의 싹이 트길 바라는 바이다.
문밖세상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문화예술교육이지만, 어쩌면 그걸 실현할 수 있게 만든 ‘기획력’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사실 기획은 우리의 일상과 크게 멀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기획은 어려운 일이라 여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기획의 본질적 요소를 짚어보면 기획은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대상으로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과 결정을 지향하는 통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기능 혹은 방법론으로 정보와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을 창출하기 위한 지적 작업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기획력을 기를 기회와 마주할 수만 있다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경영해나가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을 기획해서 실행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삼성꿈장학재단을 알게 되었고, 2017년에 처음으로 ‘청소년 문화기획’ 사업에 도전하는 계기를 맞았다. 서울 성북구 장위·석관동에 위치한 2개의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해 <청청(靑靑)한 청소년들의 지역문화놀이터 : 청소년 문화기획단 ‘청(靑)-놀이패’>라는 사업을 작년에 이어 현재까지 2년째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의 '배움터 교육지원사업'은 지역적·사회경제적 이유로 교육지원이 부족한 아동·청소년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도전 정신과 긍정적인 자세로 꿈을 실현하고, 공동체를 위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처음 해당 사업을 접했을 때는 기업 사회공헌재단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삼성꿈장학재단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 사업을 대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정단체 대상 워크숍 참여를 통해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을 대하는 진정성과 전문성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 좀 더 성심성의껏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놀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원활히 소통할 힘을 기르며 소규모 기획(파티기획, 축제부스기획) 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자존감을 향상하는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한 후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사업 참여자 간 불통문제, 참여 학생 간의 갈등, 교강사의 부담감 호소, 청소년 인권에 대한 감수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프로그램이 중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특히 참여 학생들의 경우 파티기획을 시작으로 축제 부스기획과 봉사단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쿨까당대회(자체평가회의)’에서도 1년간의 활동과 축제 실행평가에 열의 있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 역시 지역 내에서 학생들 스스로 ‘파티-봉사-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마쳤으며, 마지막으로 ‘리멤버, 장위동 : 우리동네 기록하기’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 장위동의 재개발 이슈를 살핀 후 드로잉·사진·영상·문학 등 다양한 예술적 기록방식을 참고해 학생들의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며, 프로그램이 모두 종료된 시점에는 구청 등 공공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운영단체인 문밖세상과 교사로 참여하고 있는 예술강사들 모두에게 자발적 성장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문밖세상이 진행해온 메세나 사업과 기업 사회공헌재단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실 운영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두 개의 사업 모두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다주진 못했지만, 연속 사업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목표하는 바를 장기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사업들을 수행한 계기로 인해 외부의 요청에 의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며, 문화예술교육 현장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포착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와 넘어야 할 산은 언제나 눈앞에 놓여 있기 마련이다.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먹고사니즘’. 먹고산다는 것, 생이 지속되는 한 끊어낼 수 없는 삶의 가장 큰 명제가 아닐 수 없다. 7년 차인 문밖세상에게도 이는 단숨에 풀어내기 힘든 매우 어려운 숙제나 다름이 없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단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기에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생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반드시 잊지 않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문화예술교육은 분명 사람과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밖세상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질 높은 먹고사니즘’을 고민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자부심 아래 더욱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사)인천민예총 발간 『2018년 문화현장‘판’(제42호)』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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