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tarbuck coffee
가끔 이유 없이 평일에 쉬고 싶어 연차를 낸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평일에 꼭 봐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전날에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11시에 일어나 브런치에 커피 한잔 한다. 그리고 피부과를 예약한다. 월요일이라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그리고 동네 친구를 부른다. 피부과 갔다가 커피 마시자 했다. 월요일 오후에 스타벅스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오피스 지역도 아니라서 평일 낮은 한가로웠다. 초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도 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한몫했다.
스타벅스 안에는 공부하는 학생 몇 명과 자녀의 학교 문제 얘기하시는 어머니들 그리고 막 운동을 끝내고 온듯한 스포츠웨어 차람의 사람들로 적당히 붐볐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창밖에 풍경을 보니 평일 오후에도 각자 자신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보였다. 학원가는 아이들, 아이들 배웅하는 엄마, 짐을 나르는 택배기사님, 꽃과 화분 가게 점원 등 이 시간에는 거의 사무실에 있다 보니 내가 제일 바쁘고 내가 제일 힘들고 나만 일하는 사람 같았는데 나만의 세상은 아니었다.
옆 테이블의 보니 자소서와 이력서 그리고 토익 책들이 있었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봤다. 요즘이 하반기 공채시즌이라 아마도 취업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무소속의 사람은 이렇게 카페로 출근 아닌 출근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날씨도 선선하고 맑은 평화로운 오후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더운 날씨인데 긴팔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그들에게 오랜 시간 에어컨을 버티려면 필요한 아이템이었고, 그와 함께 속을 볼 수 없는 커다란 텀블러도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막 운동을 마치고 음료를 마시는 스포츠웨어의 두 여자분은 평일 오후에 운동을 즐기는 확실히 부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옆에서 잠시 얘기를 엿듣다 보니 그녀들은 요가강사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저 오후에 운동을 즐기는 여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만 세상에서 제일 바쁘고 힘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다들 각자의 환경 속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부러워해했던 이들 중에는 반대로 나처럼 연차 낸 직장인을 부러워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잠시 행복한 건 미우나 고우나 내일 출근할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