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ure Oct 07. 2019

이거 '강박증' 인가요?

혹시 나 만 그래요?

내가 강박증이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주변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강박증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강박증까지는 아니고 일상에 조금 다른 패턴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다들, 책상 청소하잖아요?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티슈로 책상을 닦는다. 그리고 마른 티슈로 다시 한번 닦는다. 물티슈로만 닦으면 물자국이 남고 자칫 행주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마른 티슈로 닦아줘야 한다. 그래야 먼지 자국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키보드, 마우스를 닦는다. 마우스는 바닥에 먼지가 없어야 잘 움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매일 닦아줘야 한다. 그리고 키보는 매일 손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먼지가 쌓일 일이 적다고 하지만 그만큼 가장 오염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키보는 좀 더 세심하게 닦아줘야 한다.  


다들, 마음에 드는 필기구 있잖아요?

STAEDTLER yellow pencil

STAEDTLER pigment liner 0.05

PILOT Juice up03

PRISMACOLOR 연필깎이


내가 쓰는 필기구다. 연필깎이와 필기구 3가지만 쓴다.

다이어리 정리와 스케줄러는 연필로 작성한다. 변경된 스케줄은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의 할 일과 내일 할 일의 정리는 노란색 포스트 잇에 정리하는데, 이 때 파일럿 검은색 수성펜을 쓴다. 그리고 마지막 스테들러 라이너 펜, 캘린더의 줄을 긋는 용도로 쓴다. 회사에서 나눠 준 캘린더에는 가로줄은 있는데 세로줄이 없다. 날짜의 경계가 모호하다. 세로줄 하나 긋는 게 뭐가 어렵다고 가로줄 말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캘린더가 스케줄러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날짜의 경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존의 가로만 그어져 있던 선과 동일한 두께로 선을 긋기 위해 라이너 펜이 필요했다. 혹시 나만 불편한 것인지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도 세로줄이 있어야 할거 같다며, 굵은 볼펜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 없이 맨손으로… 파국이다. 얼른 캘린더를 뺏어 줄을 그어줬다.



오늘의 확정된 스케줄을 정리하기 위해 캘린더를 들었는데, 연필이 없다. 분명 어제 회의하고 다이어리에 꼽아 두었다. 연필을 찾고 있는 관경을 본 동료가 자기 연필을 줬고, 사물함에 가면 비품으로 비치된 연필이 5 다스나 있다. 그러나 내가 찾는 건 필기구의 기능을 하는 연필이 아니라 어제 내가 쓴 연필을 찾았다. 약 1달 동안 적당히 짧아진 길이와 노란 바탕의 검정 로고가 반쯤 지워졌고, 1/3 정도 쓴 지우개가 달린 연필이다.


다들, 지갑 정리하잖아요?

현금을 정리할 때 위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앞면으로 모두 정렬한다. 그리고 큰 금액부터 오만 원, 만원, 오천 원, 천 원 순서대로 정리하고 반을 접어 지갑에 넣는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굳이 세워보지 않아도 얼마나 있는지 한눈에 확인 가능하고, 맨 뒤는 오만원, 맨 앞은 천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현금을 바로 뽑아 쓸 수 있다.

그래서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자 마자 하는 작업이 위인의 앞면을 맞추는 일이다.


다들, 옷장에 옷걸이 있잖아요?

나는 옷은 많지 않다. 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두꺼운 겨울 외투와 가을 외투, 셔츠와 바지류를 구분해서 걸어 놓는다. 여름에는 스웨터를 겨울에는 반팔 티셔츠를 서랍장에 넣어 둔다. 다만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은 옷걸이다. 같은 모양의 나무로 된 평범한 옷걸이가 80개가 있다. 그리고 옷장에 걸어 둘 수 있는 옷의 개수도 옷걸이 수와 동일하게 80벌이다. 나름의 규칙은 옷걸이 개수만큼만 옷을 두자는 것이다. 과잉소비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래서 옷을 하나 사면 반드시 하나는 버려야 한다. 생각보다 이 규칙은 잘 지켜지고 있다. 옷장에는 안 입는 옷들이 더 많았다. 버리려고 고르다 보면 2~3개의 옷도 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 규칙의 단점은 빈 옷걸이가 있으면 옷을 사야 한다는 점이다.



다들, 같은 신발만 신지 안잖아요?

“00님은 신발이 많네요. 어떻게 매일 바꿔 신어요?”

“네? 매일 같은 신발을 신는 사람이 있어요?”

어떻게 같은 신발을 신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인가.

옷은 매일 갈아입는데 같은 신발을 신는 것이 이상하지

다른 신발을 신는 것이 이상한가.

“00님은 신발이 매일 같네요” 이 질문이 정상 아닌가

헬스장에 운동용 신발을 두고 신는다. 어느 날 락커룸이 잠겨 헬스용 신발을 빼지 못해 운동을 못한 적이 있었다. 옆에 동료가 운동화 신고 왔는데 이거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운동화는 외출용이지 운동용이 아니다. 격렬한 농구시합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가 가득 들어있는 나이키 신발이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운동용 운동화가 아니다. 그런 이유로 그 날은 헬스를 하지 못했다.



다들, 제자리 놓잖아요

출근하면 가방에서 지갑, 에어팟, 핸드폰을 꺼낸다. 모니터를 중앙으로 우측에 지갑, 좌측에 에어팟을 놓는다. 핸드폰은 전화기 옆 휴대폰 거치대에 올린다. 포스트잇 거치대와 펜 거치대를 좌우로 배치한다. 그리고 마우스는 마우스 패드 위에, 캘린더는 우측에 둔다. 그러니까 모든 물건에는 각자 자기 자리가 있다 사용하는 동안은 움직일 수 있지만 사용 후에는 늘 제자리로 자기 자리에 둔다. 이렇게 정리하면 물건의 행방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잃어버릴 일도 없다. 물건이 필요할 때 여기저기 뒤지지 않아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혹시.... 나만 그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실례예요. 그런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