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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 Oct 05. 2019

[앙코르와트] 신들의 제국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앙코르와트에서 만난 사람들

캄보디아 보다 앙코르 와트가 더 익숙한 이름이다. 신비의 사원 앙코르 와트를 보기 위해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 온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캄보디아로 왔고, 전설 같은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포드가 누비던 타프롬 사원도 모두 신비하게 봤지만, 과거의 유산이고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앙코르와트를 처음 봤을 때 경이로움과 놀라움은 잊히지 않았다. 그러나 앙코르 톰 안에는 비슷한 규모의 사원이 수십 개 있었고, 작은 사원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는 되었다. 분명 다른 사원으로 이동하면 봤는데, 그게 그거 같고 저게 저거 같이 보였고, 결국 앙코르 사원을 처음 봤던 경이로움은 사라지고 고대 유적의 정적만 남았다.


앙코르와트 일출, 동지쯤 오면 앙코르와트 사원을 정중앙으로 해가 떠오른다
앙코르와트는 왕들의 무덤이라 앙코르 톰의 서쪽에 위치하고 방향도 서쪽을 향해 있다.

신들의 도시에 사람이 있었다

앙코르와트를 신들의 도시라 한다. 고대 유적지이며, 과거 신들을 모시는 사원의 도시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 사원을 보러 온 전 세계의 관광객이 있었고,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앙코르와트에서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을 봤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신비의 도시임은 확실했다. 매년 앙코르와트는 보수공사로 언제 닫을지 모르고, 타프롬은 스펑나무로 곧 붕괴될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관광객의 발걸음 재촉했다. 수천 년을 내려온 사원이 하루아침에 붕괴될 일은 없고, 캄보디아가 최대 관광수입을 포기할 일도 없으니 결과적으로 천천히 다녀와도 된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은 캄보디아의 최대 관광도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앙코르와트의 관광수입이 캄보디아 경제의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그래서 유적지 곳곳에는 관광객에게 뭔가를 바라는 꼬마친구들이 많이 서성인다. 부모를 따라 놀러 온 아이들도 있고, 어린 동생을 돌보며 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유적지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방인에게는 신비한 고대 유적이라도, 이들에게는 그저 삶의 터전이고 놀이터였다.



사원을 놀이터 삼아 노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형은 이 유적지를 가이드해주며 용돈벌이를 했던 친구였다. 가이드라고 해봐야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는 것이 다였고, 어설픈 영어실력으로 알아듣긴 힘들었다. 그렇게 30분을 거의 혼자 떠들다시피 했지만, 나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이렇게 유적지를 돌아온 곳 끝에는 이들 형제들이 있었다. 큰 형만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가이드 비용 1달러를 지불하고 애들한테는 사탕 하나씩을 건넸다.

내가 사탕을 주자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브이를 하며 익숙한 듯 포즈를 취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감성팔이 사진을 꽤 찍어 본 아이들이었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어른이었다. 어쩌면 상업적 목적으로 아이들을 수탈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많은 생각을 했다. 사진 한 장의 포즈로 이들은 수입을 얻고, 어떤 이들은 기념사진을 남기고. 어쨌든 난 이런 사진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 후로 유적지에서 돈 받고 모델이 되는 친구들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2달러 뽕따

툭툭이를 타고 시내를 지나다. 한국 슈퍼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툭툭이를 세우고 뽕따 아이스크림을 샀다. 한 여름 한국에서도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을 캄보디아에서 먹는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툭툭 운전하는 티아에게 하나 건넸다. 그는 극구 사양했지만 아이스크림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부담스러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뽕따의 가격은 2달러였고, 티아의 한 끼 식사는 1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친구한테는 완전 사치품이 따로 없었던 것이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것 보다 팁으로 주는 것이 더 좋았을 일이었다.



경계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있는 곳은 늘 활기차다. 활기찬 곳을 보면 늘 아이들이 있다. 앞 전에 관광지에서 받은 충격으로 거짓 웃음을 짓는 아이들에 대한 실망이 컸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사회가 씁쓸했다. 그럼에도 일터를 벗어난 아이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놀거리를 창의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 아이들 주변에는 어른들이 없다. 부모는 아마 일터로 갔을 테고 큰 아이는 동생을 돌보고, 동생은 더 작은 동생을 돌보는 모습이었다.

관광지의 아이들과 다르게 이 아이들은 낯선 이를 보면 경계한다. 관광지의 아이들은 경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은 낯선 어른을 경계했다. 관광지도 아니고 구경거리도 없는 곳에 오는 방문객을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다. 이 곳에서 나는 그들은 그냥 구경했다. 애들이 뭘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카메라를 들이밀지도 않았다. 그냥 같이 낚싯대의 끝을 바라봤고, 그들이 낚아 올린 물고기에 환호해 줬다.  한 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었다.


한참을 놀다 보니 사진 한 장 찍어 달리고 한 꼬마 녀석

현실 남매




씨엠립에서 만난 쿠바 아줌마

씨엠립은 전 세계 관광의 도시답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카페나 양식 음식점은 현지인들이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음식값으로 대부분의 손님들은 관광객이었다. 테라스에서 멋있게 시가를 피우시던 분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Where are from?

South Korea, and you?

I from KUBA, Do you kown?

Yes~ sure.

그녀는 세계여행 중에 있다고 했다. 자기는 나이가 들어서 더 돌아다니고 더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했다. 여기 앉아 맥주와 시가만으로 행복하지만, 더 많은 것을 보면 좋겠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아쉽다고. 그래서 자기는 젊은 여행자들에 말을 걸고, 그들의 여행을 듣는 것으로 대신 여행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젊을 때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다니고, 더 많이 즐기라 했다. 그것이 먼저 살아 본 사람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이라 했다.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아직 젊음 이로 보이는 나이였다.


시선의 끝에 무엇이 있나요?

캄보디아 여행을 마치고 지금 이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면 거대한 앙코르와트나 신비로운 타르 롬 보다,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사람들이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나이트 마켓을 놀이터 삼아 구술 치는 아이들, 카페에서 만난 쿠바 여인, 비행기에서 만난 3번째 캄보디아 여행이라는 대학생, 그리고 끊임없이 몰려오던 중국인 관광객들. 까마득한 여행의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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