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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btube Dec 31. 2020

2020년 마무리

이제 슴두살 투투

주위에서 2020년은 한 것 없이 너무 빨리 가서 속상하다, 허무하다, 내가 게으른거같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에게는 굉장히 운 좋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2020년이 앞뒤 두자리 숫자가 같다고 호들갑을 떨며 시작한 만큼 여러모로 특별했다.

평소에 몰랐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다.



<1학기>

1-2월에는 처음으로 대기업에 다녔다. 엘지 유플러스 미래전략실? 비슷한 곳이었는데,

대기업의 핵심 부서이다 보니 말하기엔 좋았다. 말그대로 알바라 나는 하는건 없었지만 ㅋㅋㅋㅋㅋㅋ

한 줄 경력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엑셀 말고는 크게 배운 것이 없었다. 좀 아쉽다.



1학기때는 난생 처음으로 학교를 온라인으로 다니고

그러다보니 강의 밤에 엄청 밀려 들어서 이화 사이버야간대학을 다닌 기분이었다. ㅋ.ㅋ.ㅋ.ㅋ.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족, 특히 엄마와 많은 시간을 처음으로 많이 보냈는데

고등학교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내가 생각보다 우리 가족들과 가깝지 않았나보다.

잘 알지도 못했구..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동시에

가족과 보내는게 이렇게 재밌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또 1학기에는 빅데이터 동아리를 새로 시작하고, 비교적 시간도 많이 남아서

코딩 공부를 좀 열심히했던 것 같다.

진짜 어렵지만 해결하고 나면 그 쾌감이 오지는게 수학과 비슷하다. ㅋㅎㅋㅎㅋㅎ


또 <과학기술경영의 이해> 라는 수업을 들으며 되게 좋은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내 관심사와 너무 비슷하여 꼭 한번 커피라도 마시고싶어서 추석때도 연락을 드렸는데

계속 상황이 이런지라 결국 만나뵙지는 못했다.. 나아지면 꼭 뵙고 싶은 분이다.

물어볼게 너무 많아!


통계학 수업도 처음으로 들었는데, 학창시절 수학에 자신있고 좋아했던 나인지라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다. 성적이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ㅎ

근데 수업을 들으면서 빅데이터 동아리를 같이 하니,

빅데이터의 골격을 이루는 매우 핵심적인 역할이 통계라는 것에는 매우 공감이 가더라.

심지어 회귀분석을 하는 파트도 따로 있는데, 회귀분석만 한 학기 수업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공부할 것이 참 많다. 갈 길이 멀어~~~~~~~


갑자기 수업 생각들이 새록새록 난다.

<경영 시뮬레이션> 수업시간에 경영대에서 유명하신 교수님을 만나 수업을 들었다.

이것도 일종의 코딩 소프트웨어인 아레나를 활용한 수업이었는데,

예를 들어 카페에서 빠른 회전률을 위해 몇 명의 직원과 몇 개의 테이블/의자 등의 리소스를 투입해야

적정량인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이번에 인턴 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써보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아쉽게도 맥 노트북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활용해보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근데 진짜 신기하게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내 앞자리 정장 입은 남자 두 분이 이 아레나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계신 것이다.

진짜 신기해서 현업에서 쓰이는 프로그램이긴 한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아레나 프로그램 어렵지 않고 현업에서 유용할 것 같으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마치 엑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강의가 없다 ㅋ 구글링으로 노가다해야한다.




<2학기>

이제 회사생활 6개월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회사라는 공간과 6개월간의 경험은 '나를 찾아서'로 요약할 수 있겠다.


6-7월 두 달은 KB 페르소나 공모전에 지원하여

동기들과 함께 특정 페르소나에 집중한 카드 서비스를 기획하는 공모전에 진출하였다.

정말 운이 좋게도, 사실 운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몇밤을 새벽 5시까지 밤새워가며

우리의 피땀 눈물을 넣은 덕에 본선에 진출했다.

300팀중 12팀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정말 황송하게도 KB국민카드 이사 및 온갖 높은 사람들 앞에서 피티를 했다.

나는 준비한 발표는 항상 자신이 있는 편이라.. 내가 발표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하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첫 공모전이었음에도 너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좌절하여

동기들과 잠실 구석에 있는 술집에서 소주 4병+맥주 @병 깠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월에 카카오 어시스턴트 모집 공고를 발견하여 지원하였다.

내 나이가 너무 어리고 내 부족함을 스스로 너무 잘 아는지라 거의 80%로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운 좋게도 되었다는게 난 아직도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 들어간 카카오는 정말 미지의 세계였다.

마치 나에게는 유니콘같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IT 기술 및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꿈나무에게는 당연지사 꿈의 기업과도 같았다.

게다가 '카카오스러움' '수평문화' 등을 강조하며 외부에 기업 이미지 브랜딩을 너무 잘 해놓아서

대학생이 뽑는 취업하고싶은 기업 1위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1차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쁨 만큼 면접은 사실 만족스럽진 않았다.

아직도 그 장면이 선하다. ㅋㅋㅋ N7층 Y구역 회의실이었는데

실명을 밝힐 순 없지만 여자분이 너무 사근사근하고 우쭈쭈하는 듯이 얘기를 잘 들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때는 카카오 기업 이미지때문에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하고 나니 그냥 평소에 그런 사람이라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니..ㄷ


속상한건 나를 뽑아줬을 때의 그 기대감만큼 크루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까지 실무를 많이 시키는 인턴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아직 대학도 졸업 안했고, 사회생활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에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경험이었다.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정산 처음 했을 때는 정말.. ㅋㅋㅋㅋ literally chaotic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이거 이거 눌러서 하세요 이거만 듣고 하려니까 당연히 계속 까먹고

그때그때 변하는 조건들을 다 알아듣지도 입력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계속 실망시키고 혼나고 그런 기억들이 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사회생활이었다.

나는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자주 만나는 모임들도 많고 mbti도 수퍼 'E'여서

별로 인간관계 걱정은 안했었는데.. 막상 회사라는 사회는 정말 사회생활이 어렵다.

나랑 공통점이 많이 없고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 분들이랑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어떤 공과 사 사이의 선을 잘 찾고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심하다보니 내성적이게 되었던 것같다.

'이 말을 하면 실례인가?', '이 말은 너무 티엠아인가?' 등등 하고싶은 말이 100이라면 10도 못했다.

내가 생각보다 내성적이구나를 느꼈다.


이런건 우리팀 수퍼 인싸들을 보며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거구나 를 어깨너머로 지켜볼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들의 스킬을 내것으로 내재화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기에

내가 내 스타일을 직접 찾아나가야할 것이다.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겠지만..


생각보다 나는 슬로우 스타터임을 알았다. 팀 내 분위기 파악을 하는 데에도 조금 걸렸다.

사람 하나하나 파악하는 데에도 좀 걸렸다. 아직도 다 파악하지 못했겠지만.


기획을 했던 경험도 나에게 너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내 분수에 맞지 않게 큰 일을 주셨던 것 같다. 매우 감사하게도.

당연히 내 관심분야여서 재미있게 열심히 고민하고 설계할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계약을 시작했을 때도 많이 기억에 남는데.. 사양 정의서 등등 정말 모르는 단어를 늘어놓을 때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와 어의 차이점을 아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게 문제다.. ㅎ


생각보다 나는 자만하고 느린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채우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운이 좋게도(?) 우리 팀 인력이 많이 부족하게 되면서 많은 업무를 해볼 수 있었다.

다양한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담당자'가 되어 관리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책임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뭐든 단계가 있는 것인데 내가 너무 조급했다는 것도 알았다.


말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모든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가끔 들려오는 악담 아닌 악담은, 특히 내 미래에 대한 것들은 정말 짜증이 날정도로 화가 났다.

기죽지 말고 나는 아직 어리며 시간과 열정이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작년 12월 31일에 내가 소망한 2020년은 'more blessed, less stressful'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참 운좋게도 말 그대로 이루어진 한 해였기에 아쉬움이 없다.

너무 좋은 한 해였기에 내년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되기까지 한다 ㅎㅎ


지금 생각나는 사람들, 2020년 새로 알게 되었는데 너무 고마운 사람들..

퇴사 전 마지막에 다 돌려주고 가야지.


항상 행복하고 웃음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지만 이정도면 정말 만족한 한 해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2020년이 두 시간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은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지..!


다들 2020년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1년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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