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보다도 나의 호르몬이 먼저 다가오는 퇴사와 나의 여유로움을 반기며 들뜨고 있었던 것같다 ㅋㅋㅋㅋㅎ
7개월간 업무하고 나니 느낀 것이 많다.
여러 업무들도 해보고 사람들도 마주해봤고 기간도 꽤 길었던 것 같다.
여러 것들을 느꼈지만 결국 종합해보면 가장 큰 대주제는 '다행이다 난 아직 기회가 있다' 였다.
뭔가 이미 직장인이신 분들이 보기에 약간 짜증날 수 있으니 그렇다면 일단 내 브런치에서 나가도록..
1. 나의 부족함
내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다. 여러 업무들을 하면서 '아 이걸 왜 못봤지' ' 이걸 먼저 캐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 '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떤 과정들을 빼먹은걸까' '무엇이 부족했던걸까'를 여러번 돌아보게 되었다. 첫째도 꼼꼼함 둘째도 꼼꼼함 셋째도 꼼꼼함이다. 나는 속도는 있는 편이라고 자신했지만 자신할 정도는 아니며 꼼꼼함은 더더욱 부족했던 것같다.
또한 정말 신기하게도 지난 엘지유플이나 여기나 직장인들은 모두 투자에 관심이 많다,, 그말인 즉슨 직장인으로 평생 돈벌기 어렵다는 것. 물론 알고는 있었으나 막상 그 현장에 뛰어들어서 목도한 현실은 더더욱 사회 샌애기를 절망시켰달까. ㅋㅎ 그래서 최근 주식공부를 시작했고 빅데이터 컨퍼런스도 주식시장 예측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주식을 위해 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보는 눈이 넓어진 것같고 경영학과로서의 책임감을 더더욱 느끼게 되었다. 여러모로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 같아 다행이다.
2.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
어떤 언니가 한 '최고의 복지는 돈이다'라는 말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맞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전부가 아니고 복지와 내 삶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사실상 내가 퇴사하는게 설레고 기쁜 이유는 내가 되찾을 여유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공부, 취미활동 등에 투자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은 포인트. I mean.. we work to live, not live to work. :)
웃긴건 분명 학교다닐 때도 난 굉장히 바빴던 것 같지만 사실 회사는 출퇴근 통틀어 2시간걸리며 회사에서의 8시간은 내내 집중하지 않으려해도 집중하게되고 긴장을 놓을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퇴근하고나서는 거의 동아리고 공부고 책이고 시사고 교양이고 나발이고 그냥 침대에 엎어져서 폰만 보면서 웹툰보고 유튜브를 봤던 것같다.. 동아리같은 기타활동들은 정말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극강으로 미루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 엠비티아도 J로써 procrastinate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말이다..
계속되는 은근한 나에 대한 실망감과 여러가지 일들도 나를 지치게 만들었던 것같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도 나는 데이터 준전문가 자격증을 땄으니 그 나름대로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위로하기로,,
마이타임 제도는 사실 너무 좋았으며 10시 출근도 진짜 좋았고 다른 조직보다 훨씬 수평적인 문화 또한 너무 좋았다. 이런걸 보면 또 공기업? 이렇게 기웃거리다가도 돈도 많이 안주고 수직이므로 과연 나와 맞을까 또 갸웃거리게 된다. 그러나 정년보장이 되며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어느정도는 정부가 막아주므로 현실을 고려하자면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것을 이번에야 인정하게 되었다. 카카오는 그나마 유리천장과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
3. 현실을 알았으며 나를 알았다.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되어 여러가지 선택지를 더 폭넓게 고려하는 반면에 몇가지는 가지치기를 하게 되었고. 나는 생각보다 부족한 점이 많음을 알게 되었으나 나에게는 돌아갈 학교가 있고 나는 아직 20대 초반인 것에 큰 위로를 받고 있다. 부족한 점은 메꾸면 되는 것이고 이 직장에서 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새로운 곳에서 더 알찬 나로 시작할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일단 나는 여러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보다 남들 말에 신경을 많이 쓰는듯 하나 또 위로하는 말을 듣고서는 금방 털어버리기도 무시하게 되기도 하고. 말하는대로 마음먹은대로 라는 말이 내 모토이듯 그 말이 적용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피드백은 잘 받아들이고자 하나 무시하는듯한 말은 잘 참지 못하고. 금방 화났던 일들을 잊어버리곤 하나 그 순간에는 참지 못할만큼 화가 나기도 하고. 생각보다 체력이 강하지 않아 운동이 필요하다.
4. 인간에 대한 고민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분명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는 20대 초반, 중반을 보냈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분명 올챙이 적을 아예 잊어버리나보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벌써 그랬던 면이 있었던 듯하다. 이런 일기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이런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올챙이 적을 기억하는 어른이 되고싶기 때문이다.
5. 학교와 공부에 대한 기대. 다시금 느끼는 배우는 즐거움.
학교에 돌아갔을 때에 학문들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이미 회사라는 곳을 경험했고, 슬프지만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공부들은 결국 완성도높은 직장인이 되기 위한 공부라는 것또한 안다. 그러나 돌려 생각하자면 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큰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고 그 리더가 될 가능성을 채워가는 과정이며 시간 또한 아직 충분하다. 실무를 해보았으니 학문을 접했을 때에 그 현장에 대입해서 생각하며 공부하면 훨씬 재미있을 듯하다. 벌써 다음학기 수업들이 기대가 된다.
6. 아직 접하지 못한 경험들과 기회들
직장에 가면 하기 어려워질 것들이 있다. 뭐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일단 all-nighter, 장기간 여행, 취미활동, 하고싶은 공부 등. 그리고 슬프지만 직장인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고 앞으로 나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같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나는 남은 몇년간이라도 무책임하려고 발악하고싶다.... 무책임이라고까지 하기보다는, 나중에는 하기 어려운 수많은 도전들을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적고 회복할 수 있는 지금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 해외인턴이라던가, 창업이라던가, 교환학생을 통한 유럽일주라던가.
7. 말조심 또말조심
음.... 그렇다 여러가지로 느꼈지만 말조심 또 말조심. 같은 직급이라고 그리고 나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미주알 고주알 다 얘기하다가는 정말 ㅈ되는 수가 있다 ^^.. 어이없지만 세상에는 다 좋은 사람들 다 나같은 사람들만 있는것도 아니고. 나한테 나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둘도 없는 사람일수도 있다. 나름 좋은 경험이라면 좋은 경험이었다.
말이 아다르고 어다른데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적이 있던 것같다. 생각도 많고 배려도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100을 준비해도 남은 50 혹은 그 이하로밖에 느끼지 못하므로.
8. 마음만 급했지 방향은 없는 배였다
명확한 목표나 원하는 직군/직무 없이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주어지는 기회를 붙잡았다. 그러다보니 나는 회사만 세번째지만 사실상 내가 해야할 것 하고싶은 것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을 해볼 생각도 시간도 없었다. 그냥 대기업 인턴 그 자체로 뽀대난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봐주었으며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건 것인지. 참 바보같다.. 내 동기들은 그동안 차근차근 공부해온 것들을 기반으로 원하는 분야에서 인턴을 시작하기도 프리랜서식으로 일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나랑 참 대조되는 케이스다.
내가 참 멍청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하나하나 다 찍어먹어보며 길을 찾는 스타일이므로 나름 내가 길을 찾아가는 데에 하나하나 다 의미있고 중요한 과정들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 그 길이 왜 좋고 왜 중요하며 왜 하고싶은지에 대해 더 명확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엄청난 이점으로 삼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