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btube Mar 12. 2021

210312_ 새내기 그시절 추팔

오늘 하버드 프로그램 같이 했던 언니들과 친구를 만났다.

거의 프로그램하고 처음 보는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나는 당시에도 가장 어린 새내기였기에 언니들은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박사과정, 자격증 취득 등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하나도 안변한거같은 언니들을 보니 신기했다.


무엇보다 오늘 얘기하다보니 2018년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사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는 국제기숙사라 하버드 프로그램 할 때 살았던 기숙사이기도 하다.

당시 우리는 낮에 수업듣고 아무때나 서로 방 찾아가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밤이면 술마시러 신촌 돌아다니고 다모토리에서 열심히 춤추던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한없이 풀어지다가도 어떤 묵직한 주제가 던져지면 다들 달려들어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토의하는 멋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시는 인생에서 그런 시간이 없을 것같다.

고등학교를 벗어난지 여섯 달만에 내가 꿈꿔왔던 대학생활을 이룬 시간들이었다.

외국인 친구들, 그것도 하버드 친구들과 일상을 같이하고 함께 놀러 돌아다니고,

영어를 배우고 잘하게 되고, 대학교에서 살고 놀러다니고 밤새 술마시고 춤추던.

여느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cute한 시간들이 나에게 주어졌었다.

그때는 내가 영화 주인공이었고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자신한다.

단 두달이었기에 많이 아쉽고 애틋하고 그런 색깔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에 프로그램을 마친 나는 그 두달이 나에게 너무 벅찰정도로 행복했었기에,

앞으로 이런 행복을 더이상 느끼지 못하면 어떡하지.

대학 오자마자 한 첫 활동이 하버드 활동인데 앞으로 이것처럼 successful하지 못하면 어떢하지. 등

이 프로그램이 끝나는 것은 마치 내가 꿈에서 깨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끝나고 허탈감이 너무 심했다.


남들은 이해 못하는 나만의 세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하버드 프로그램처럼 그 시간을 기대하게 만들고 기다리게 만들고 설레게 만드는 활동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귀엽다'와 영어의 cute가 약간 다른 뜻인거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귀엽다는 오히려 adorable에 가깝다면,

영어의 cute는 단지 귀여운거보다는 뭔가 조금더 추억이 깃든, 폴라로이드 사진과 같은 느낌이랄까

설명하기 어렵다. 뭐 여튼 그런게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언니들과 세온이로부터 시작해서 추억여행을 떠나보았다..

이렇게 다시 일기를 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순간들이 없을수도 있음에 속상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여러 활동들이 나름의 cute moments로 남아있다.

하버드 이후에는 카카오가 cutest 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좋은 면만 애써 보려고 하는 나의 습관도,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헤어나오지 못한 몇 개월동안 내가 겨우겨우 찾아낸 탈출구에서 비롯된 습관이기도 하다.


뭐 22년 인생에 이게 별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냐만은..

그 자리에 없었던 여러분은 절대 모를거랍니다 후후

그 순간 속에 내가 있었고 그 감정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느껴봤음에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210305_ 나름 가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