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간중간의 대사들은 나에게도 힐링이 됐고,
최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답을 주는 듯한 대사들도 많았다.
드라마는 오락거리이므로 기분전환용으로만 취급했지만, 이 끝없이 우울한 그래서 힐링이 되는 드라마를 붙잡고 끝까지 보게 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 불쌍한 이지안과 박동훈 그리고 그 모습을 다 하나씩은 가진 현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어려움을 극복해내는지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아이유 팬이어서 시작한 이 어두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지안: 사람 죽인 거 알고서도 친할 사람이 있을까. 뭣 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애인지 알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하나.
동훈: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실제로 엔딩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 중간중간의 과정에 있어서 나는 사실 아쉬운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특히 캐릭터 해석에 있어서 안타까운 점 정말..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는지 작가의 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불필요한 불편한 요소들이 많았다.
사실 이 브런치 글은 드라마를 까기 위한 글이다. 내 생각을 가감없이 써보고싶다.
전체적으로 이지안을 제외하고는 남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 드라마는 그들의 의리와 우정을 많이 보여준다.
윤희가 왜 바람이 났는지는 알 것 같았다. 윤희도 지칠만큼 지친 상태였을 것이다.
물론 바람이라는 방식은 한참 잘못됐다. 박동훈은 자기 가정에 마음을 붙이는 데에는 실패했던 듯하다. 여전히 자기가 나고 자란 후계동에서 살고 있으며, 아내와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형제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훨씬 길다. 아내와 마주하는 시간보다 방안에 틀어박힌 시간이 더 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이 정답게 비춰지는 것을 보며. 나는 반대편을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이의 아내라면?
작중의도와 다르게 너무 현실적인 생각을 했나? 싶기도. 그러나 그 남캐들에 이입이 안되는걸.
또한 한 화당 적어도 3마디씩은 나오는 불편한 말들.
중년 남성들이 가볍게 흘리는 개념없는, 구시대적인, , 농담들도 굳이? 이 대사를 넣어야 했나? 싶게 만든다. 작품주제나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데.
드라마 시작부터 21살 이지안과 45살 박동훈을 애정관계로 소개했다가 큰 논란을 산 만큼,
더더욱 조심할 수 있었을 텐데, .
드라마에서 여캐들은 말도 안되는 사랑의 감정들을 갖고 있다.
20대 첫사랑이 스님이 되고 이제는 40대가 되었는데도 그를 잊지 못하고. 그 감정에 매일매일을 불행하게 살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는 정희.
자기를 죽고싶게 만들정도로 갈군 악덕 감독, 심지어 나이차이 10살 이상 나는데. 그 감독을 어느 순간 졸졸 쫓아다니더니 사랑에 빠지는. 약간 나사가 하나 빠진듯 부족한 캐로 나오는 여배우 유라.
그나마 설득력 있는 스토리는 이지안의 박동훈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 그뿐이다.
이지안은 워낙 힘든 환경에만 있다가 살면서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으니 그럴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이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애정일 수 있다. 서로에게 휴식처가 되어주었으므로.
'이성'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할 점이 있다지만. 오직 '이성'이라는 이유로 순수한 마음이 변질되어 해석되는 것은 음.. 나도 싫다. 하지만 조심해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그 사이의 선을 어디서 찾아야하나. 어디가 과연 선일까.
이건 아무도 답을 낼 수 없다.
전체적으로 갭이 너무 크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쁜 인간들이 드라마에서 좋게 비춰진다.
지안이를 작품 내내 죽도록 패고 쫓아다니던 광일이가 마지막에는
갑자기 지안에게 큰 도움을 한 번 주고 여운을 남기는듯한(?) 마무리를 보인다.
그리고 미리 깔아놨던 "원래는 착한 아이였어요" 밑밥과 합쳐져서 불쌍한 사회적 희생양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이건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를듯하다.)
그래 지안이 도와준건 잘했고 너가 나쁜 놈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현실에서는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보상일까?
이렇게 말하고 나니 드라마 전체가 그런거 같기도.
아주 꼰대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확실히 20대에게는 작중의도는 파악하겠으나 여러가지로 박수쳐주기는 어렵다.
이 드라마가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를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치와 꼰대가 난무하는 직장.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겪는, 공감할만한 인생의 굴곡. 사람들이 기대하는 젠더역할.
훗날 10년, 20년 뒤에 다시 이 드라마를 보게 된다면 다른 눈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 21년 짧은 인생으로 봤을 때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고 그냥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유 연기 정말 무엇.. 너무 잘함......... 진짜 울때 같이 울었다.
확실히 감정선을 잘 살린 드라마다. 작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여 힐링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 번 볼만한 드라마라고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