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이 없는 경험은 없기에, 내가 끝없이 도전하고 또 배우는 이유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 내가, 실패를 경험한 이야기
실패를 경험한 것은 약간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실패가 재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벤처캐피털에 합류하기 전에 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동대문에서 옷을 떼서 팔아본 적도 있고, 앱을 만들어 배포해본 적도 있다. 결국 다 잘 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사업의 기본기가 전혀 없었던 만큼 맨바닥에 헤딩을 했다.
그때는 고객 인터뷰도, OMTM 설정도, POC도 할 줄 몰랐다. 그저 닥치는대로 하다보니 PMF를 찾지 못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MVP 도 아닌 프로덕트 그 자체를 만들다가, ‘사람 문제’라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더이상 해당 스타트업을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지경이 되었다.
실패는 빚과 상처를 남겼지만, 또 한편 많은 배움을 남겼다.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혼자의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용역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스타트업으로 인해 생긴 대출을 갚아가며 배운 것이 있다.
첫번째, 생판 모르는 사람도 나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의향(willingness to pay)이 있어야 한다. 확장성이나 마케팅은 그 다음에 할 고민이다. 어떤 사업이든 돈을 지불하는 고객(customer)이 우선 있어야 한다는 것. 고객이 돈을 지불할만한 가치(value)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공짜 서비스는 자선사업(philanthropy)이다.
두번째, 창업자들이 많이 빠지는 함정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프로덕트를 만드는데에 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를 만들기에 앞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첫번째 배움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부분인데,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 인터뷰(customer interveiw)에 많은 시간을 써야만, 진짜 좋은 프로덕트가 나온다. 많은 경우 고객 인터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창업자는 고객이 제안하는 방법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불편’과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세번째, 함께하는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들어오는 것은 쉽지만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사람을 들이는 것만큼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할 일은 없다. 나의 경우, 고객없음이라는 내재적인 문제 외에도, 사람 문제가 피봇(pivot)이 아닌 해산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어쩌면, 그만큼 덜 절실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더 이상 내 열정과 얼라인(align)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을 잘 선택하지 않으면 이 모든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수많은 창업팀이 깨지고 없어지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망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사람 탓인 경우가 크다.
내가 실패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초기투자자로서 파운더(founder)들을 볼 때 가지는 큰 질문이 있다. ‘과연 이 사람이 10년 이상 이 사업을 할까?’ 그만큼 문제의식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있고, 오롯이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을까,를 알고 싶은 것이다. PMF를 찾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팀이 깨지고 사람들이 떠나도, 짧은 런웨이(runway) 때문에 텅빈 통장잔고에 허덕여도, 여전히 문제해결에 집중할 사람일까,를 말이다.
교훈 없는 경험은 없기에, 내가 계속 도전하는 이유
나의 실패가 남긴 교훈은 내가 벤처 캐피털에서 일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창업자 백그라운드룰 가진 벤처투자 심사역들이 많은 것도, 직접 프로덕트를 빌딩해보고 POC를 해보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그리고 나의 사업을 하면서, 나는 뭔가를 이뤄내고자 하는 창업사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서포트(support)하고 돕는 것이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 변호사로서 조언을 하든, 어드바이저로서 필요한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든, 투자자로서 자본을 조달해주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vision)을 가진 사람이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는 사람.
세상에 교훈이 없는 경험은 없다. 아무리 힘들고 끔찍한 경험도 분명 내게 남기는 교훈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가 유효하기 때문에 ROI가 좋은 선택에 집중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효율적인 경험인지 여부는 결과론적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 학업을 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지금의 나를 만든다. 하물며 연애에서도 배움은 얻기 마련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더 부지런히 배워야 하는 이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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