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자기 연민을 다룬 코미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by 성실한 관찰자


마음이 웅크려지는 시기가 있다. 주변 사람들은 잘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한없이 초라해질 때 말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데, 나 혼자 멈춰있는 것 같다. 그런 시기에는 소외감인지 무력감인지, 딱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맺힌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속의 ‘애니(크리스틴 위그)’ 또한 그러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애니의 웅크려진 시간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애니는 불경기로 빵집을 폐업하고 전 재산을 잃었다. 남은 건 빚더미와 육체적인 욕구 해소에만 충실한 남자 친구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 ‘릴리안(마야 루돌프)’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는 신부 들러리의 대표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흔쾌히 수락한다. 기쁜 표정 뒤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슬며시 비친다.


다른 들러리들과 함께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릴리안 사이에 끼어드는 ‘헬렌(로즈 번)’과의 묘한 신경전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불어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애니는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거나 다 함께 드레스를 고르며 가격표를 살펴보는 등,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그리고 애니의 빵집을 좋아했던 ‘네이선’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는 애니를 응원하면서도 아직 아물지 않은 그녀의 아픈 상처를 들춘다.


지금의 애니에게 내세울 거라고는 릴리안과의 진심 어린 우정뿐이었다. 그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돈이면 뭐든 세상에서 돈이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너무 작아지게 만드니까. 마음만 앞선 그녀가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일이 꼬이기만 한다. 실패에 대한 좌절감, 돈에 대한 무력감, 관계에 대한 질투로 차곡차곡 쌓아둔 감정은 점점 그녀를 못나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끝내 폭발하고 만다.


결혼 축하 파티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뒤, 두문불출하고 있는 애니에게 들러리 멤버인 ‘메건(멜리사 맥카시)’이 찾아온다. 메건은 애니에게 몸을 부대끼며 다소 과격한 위로를 전한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지금의 애니를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자기 연민은 그만둬, 너의 문제는 너고, 해결 방법도 너’라고 말한다. 웅크려진 마음에 자격지심까지 보태지면 별일 아닌 말에도 스스로를 찌른다. 그렇게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애달픈 시간을 보낸다.



애니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비극적이지만, 영화는 이를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분명 웃음은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들숨에 부정적인 생각을, 날숨에 위축되던 스스로를 환기시켜 준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마음을 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김은 흠이 아니라 나를 만드는 무늬가 되어 줄 테니까. 스스로가 보잘것없어 보일 때. 별일 아닌데도 남들 앞에서 위축되는 날. 그럴 때 이 영화를 보며 피식 웃고, 몰아세우던 자책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기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