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틱, 틱…붐!>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나는 한결같이 오이를 좋아하지 않고, 셔츠와 양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전히 해보고 싶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나는 지금 스무 살 때부터 상상에만 그쳤던 바이크를 타고 있고, ‘꾸준히 글쓰기’를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악기 하나 정도는 마스터하기’ 위해 일렉 기타를 알아보는 중이다. 서로 다른 소리가 쌓여 하나의 음악이 되는, 내가 그중 하나가 된 모습을 종종 그려봤다. 말이나 글이 아닌 선율로 나를 풀어내는 일은 어떤 결을 가졌는지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는 악기로 내는 소음이 음악으로 무르익길 바라며. 영화 <틱, 틱…붐!>은 한정된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조너선 라슨(앤드류 가필드)’의 이야기다. 그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뮤지컬 작가이다. 20대의 끝자락에서 ‘지금까지 해놓은 게 뭐지? 결과를 내놔야 해.’라며 초초하고 애가 탄다. 낮에는 웨이터, 밤에는 꿈을 키워가는 라슨의 삶은 시간과 돈이 늘 모자란다. 곁에는 배우의 꿈을 접고 안정적인 삶을 택한 친구 ‘마이클’과 댄서를 꿈꾸며 뉴욕을 떠나려는 여자친구 ‘수잔’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며 라슨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일렁인다. 게다가 8년 동안 준비한 첫 뮤지컬 워크숍을 앞두며 조바심은 더 거세진다. 그의 시계 초침 소리는 재깍재깍 더 빠르게, 더 큰 소리로 들려온다. 워크숍이 끝난 뒤에도 라슨은 바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거치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뮤지컬 <틱, 틱…붐!>에 담았고, <렌트>로 이어진다.
라슨의 조급한 시간 감각은 한 번쯤 누구든지 가진다. 그처럼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더 흔하게는 연말연초와 월말월초, 그렇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는 건 없는데 시간만 잘 간다는 말이 실감날 때가 있다. 잠시라도 머물러주지 않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할 때가 있지 않나. 이러한 시간의 무심함과 창작의 무게에 시달리는 라슨을 보며 또 낯설지 않다. 창작이라는 것은 예술가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모두 그와 같은 예술가는 아니지만 우리도 우리 인생을 빚어가는 창작가가 아닐까. 예술로서의 창작이 아니라 삶 속에서의 선택으로, 어떤 시도와 도전으로 엮어가는 그런 작업 말이다.
우리의 인생이 한 곡의 노래라면 쌓이는 악기의 소리로 보다 풍부하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단순히 소리가 많다는 것을 넘어 밀도감과 공간감, 입체감으로 가득 채워진 느낌. 우리는 그런 노래를 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자신만의 모양으로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 내가 글을 쓰고, 일렉 기타를 배우려는 것도 결국 나를 창작해 가는 과정의 일부일 테니까. 그러니 미뤄왔고 두려웠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 보는 건 어떨까? 하루의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 쓰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위해 해보는 작은 시도 하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