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12일의 기록
습관적으로 "괜찮아", "별 일 아니야"라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남들을 내 일에 끌어들이는 것이 싫어서도 있지만, 뭐든 나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내 일은 스스로 매듭짓지 않으면 그로 인해서 생기게 되는 다른 일들이 모두 내 탓이라고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뭐든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그런 버릇이 생겼다.
사전 속에서 괜찮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런 경우에서 우리가 쓰는 '괜찮다'는 말은 아마 별 일 없이 무탈하다는 의미를 가진 '괜찮다'일 것이다. 뭐든 혼자서 다 책임지려고 하던 그 당시에 늘 그런 의미로 괜찮다고 얼버무렸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해서 과연 그 당시의 나는 정말로 괜찮았던 걸까. 돌이켜보면, 정말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곤 했던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아픈 것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차라리 내가 아프자고 생각했던 것 때문에 늘 스스로가 괜찮다고 포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상 괜찮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괜찮아야만, 남들이 걱정을 하지 않으니까. 최소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가 소중하게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내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사실 조금 미련할지도 모르지만, 내 일은 꼭 내가 해결하고 싶었다. 자존심이 세서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없어서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하면 되려 민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곤란해도,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도 일단은 괜찮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는 안 괜찮은 것이 너무 익숙한 일이 되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고 멀쩡한 일이 있는게 드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스스로 분간도 못하는 그런 바보가 어딨냐고 물어보면, 여기 있는 사람이 그 바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 내 자신의 안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몸은 괜찮은지, 마음은 괜찮은지 그냥 이것저것 다 괜찮은지. 시간이 흘러 나중에 문득 괜찮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나를 속이지 않고 당당하게 괜찮다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