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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Jul 05.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3)

2021년 06월 29일의 기록

"달"


달은 참 신기한 위성이다. 자전, 공전 주기가 겹쳐 늘 앞면만을 보여주고 순환되기는 하지만,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태양과 다르게 빛을 은은하게 비추기 때문에 쳐다보기도 쉽다. 물론 시간과 위치를 잘 맞춰야 한가운데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이토록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부터 밤이 되면 하늘을 바라보고 서서 달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떠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별과 같은 공간에 떠있지만, 내가 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을 좋아하는 이유와는 사뭇 다르다. 달은 앞서 말했듯이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뜨는 시간, 모습, 볼 수 있는 시간까지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늘 앞면만을 보여주는 일관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져도 늘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사실 달의 참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천체와 사람은 유사한 점이 많다. 태양처럼 빛나지만 일정 거리를 벗어나 너무 가까워지거나 너무 멀어지면 위험해지는 사람도 있고, 별처럼 멀리서 놓고 볼 때 가장 화려하고 닿고 싶지만,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그런 사람도 있다. 물론 달처럼 조금씩 달라져도 늘 나에게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내게 있어서 어떤 천체 같은 사람들일까.

내가 지구라면. 나에게 태양 같은 사람은, 나에게 별 같은 사람은, 나에게 달 같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지금, 2022년 6월 8일의 첨언


우주는 눈으로 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인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은 수많은 원칙들에 의해 모든 것들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런 원칙들 중, 서로 다른 두 천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인 만유인력이 그 원칙들의 근간이 된다. 만유인력은 질량이 있는 두 물체들이 서로 당기는 힘이다. 즉,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들은 서로 당기게 되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두 물체가 서로 힘을 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안정된 지점을 찾게 되면, 더 이상 서로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게 된다. 반대로 두 물체 사이의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그 평형 상태가 무너지게 된다. 서로를 너무 세게 당기게 되면 부딪히게 될 것이고, 둘 사이의 힘이 너무 약해지면 서로를 붙잡기에 역부족이게 돼서 자칫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천체로 따졌을 때, 마음의 크기가 질량이라면 그 마음에 의해 서로를 당기게 되고 한 지점에서 평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물리적인 적정 거리도 있지만 마음과 마음 사이의 적정 거리가 유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주에 있는 천체의 종류만큼,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중에서는 나와 평생 관계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잠시 스쳐 지나가기만 하더라도 우리랑 부딪히는 인연의 수는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런 수많은 관계들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그 수와 규모에 압도되어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하지'로만 가득 도배되어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대인관계는 분명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을 만나면서 힐링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분명 어느 순간에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해지는 법이다.


이때, 우리는 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째서 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달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달의 형성과 관해서는 여러 개의 이론이 존재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다른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여 그 파편의 일부가 현재의 달이 되어서 지구를 공전한다는 '충돌설'이다. 따라서 이렇게 형성된 달은 지구와 매우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달 자체는 엄연히 지구와는 다른 존재다.


그리고 수억 년 전, 오늘날의 지구처럼 달은 자기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이 아직 자체적인 자기장을 가지고 있었을 시기에, 달의 자기장은 지구를 태양풍으로부터 막아주었으며 이런 지구에 생명이 자리 잡게 된 것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즉, 지구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달 덕분에 오늘날의 지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 관계를 사람에 대고 생각해봐야 한다. 지구가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한다면, 달은 남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내 모습'이다. 물론 매 순간에 전력을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상 그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나 자신이지만 나 자체는 아닌 일부를 내어주는 것이라면 어려울 것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늘 내 전부를 줄 수는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다.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남들에게 모든 것을 퍼주다가 진정한 내 모습 마저 남지 않게 된다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치고 무리해도 좋은 나의 다른 모습을 통해서 진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이기적이고 비겁한 것이 아니다. 힘을 덜 들이고 사는 영리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달을 통해서 온전한 나는 아닌 나의 일부를 희생함으로 인해 진정으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눈으로 보던 달이 좋았던 것이라면, 나이가 든 지금은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면들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오늘의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늘의 달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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