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무렵에 내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머니세요?" 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금 거칠면서도 들뜬 목소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범 하고 같이 큰집에 와서 나 좀 데려가라. 나는 지금 혈압이 올라 힘들어. 여기 난리 났다. 어서 와" 하고 전화는 끊겼다.
평소에 듣지 못한 어머니의 떨림이 있는 들뜬 목소리였기에 마음이 불안했다. 마침 일찍 퇴근하고 들어오는 그에게 "어머니가 지금 큰집으로 당신을 모시러 오라고 전화하셨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불안하고 좋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
기분 좋게 퇴근하고 들어오던 그는 깜짝 놀라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저녁 전이던 아이들에게 대충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는 서둘러 차를 몰고 큰집으로 갔다. 운전하는 그의 얼굴이 긴장되어 보였다.
시어머니 전화 너머로 들리는 큰동서와 아주버님의 목소리로 보아 뭔가 단단히 일이 틀어진 게 분명했다. 이제는 머리를 굴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일이 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을 다잡으며 '그래, 해보자. 이젠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어머니와 함께 별 일없이 살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모셔야지' 하다가도
'근데 이런 식으로 우리 집으로 어머니가 오시게 되면 모양이 안 좋은데 어떡하지?'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말없이 복잡하게 꼬일 여러 형제들과의 일이 걱정되었다. 복잡한 얼굴로 차를 몰던 그는
"어머니를 우리가 모시도록 하자. 당신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잖아." 내 의견을 구하는 건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마음을 내게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까부터 말없이 생각한 것을 큰집에 다 와가는 지점에서 결론처럼 그렇게 말했다. 쓸쓸한 얼굴이었다.
그가 평소에는 대부분 흥이 많고 부드러운데 갑자기 흥분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겼을 때 안 해도 될 말을 가끔 했었다는 걸 들었었다. 이를테면, 결혼 전에 큰집에 살면서 한 두 번 큰소리가 날 때마다 결혼하면 자신이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호언장담 했다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평소에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일이 닥쳐서 봉합하듯이 정해버리는 그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러지 않아도 그러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의 간단한 짐가방을 차에 싣고, 난감한 얼굴을 한 아주버니와 속이 상해 한쪽에서 울고 있는 그녀와 어설픈 모습으로 있을 때, 마침 퇴근하고 집에 왔던 큰 조카가 자신의 어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갑자기 한쪽 벽에 서있던 커다란 괘종시계가 큰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내쳐지는 소리에 놀라, 조카에게 '미안하다. 이런 모습을 보여서. 우리가 할머니 모시고 갈게. 어머니 잘 보살펴드려라.' 하면서 황망히 시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황폐해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올 때까지 차 안의 누구도 아무 말하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