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살아 있는 헌책방거리 '배다리'에 다녀오다
동인천 급행의 종점. 동인천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는 '배다리'라는 헌책방거리가 있다.
이곳에 있는 책방들은 헌책 만큼이나 오래된 서점이다.
동네 슈퍼 같은 아늑함에서도 알라딘, yes24, 교보에도 밀려 사라지지 않은 강한 책방들이다.
아벨서점은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살아 있는 글들이 살아 있는 가슴에'
라는 간판 글귀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곳에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나에게 사진을 알려주신, 나에게 독서를 알려주신, 나에게 시를 알려주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담임선생님께서 이곳에서 몇 년째 '시 다락방'을 여신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직접 쓴 자작시를 이곳에서 선생님께 읽어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책 읽으라하면 눈을 부라리던 녀석이 저를 따라 문학에 빠져서 문학소년을 지나 문학청년이 되었네요"라도 소감을 말씀하셨다.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했어서 그 순간이 사진 만큼이나 또렷하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선생님이 아직까지 '최고'라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그런 분을 만났다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나던 냄새가 난다.
아...
선생님과 책과 수업이 있으니 학교가 맞구나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들러서 선생님을 뵙진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봤지만, 선생님은 오시지 않는 날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음에 만나면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싶어 이런 사진도 찍었다. 필름 카메라만 이용하는 선생님께서는 절대로 따라하지 못하실 것이다. 이런걸 바로 일취월장, 청출어람이라 한다지 ㅋㅋ
요즘 배다리는 젊음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가 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등장한 배경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이곳을 찾은 젊음이들에게 도깨비서점이라 불리는 이곳 한미서점이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를 봤다면 어딘지 명확하게 기억날 것이다.
언젠가 나도 책을 쓴다면 내 새 책들을 이곳 배다리에 헌책으로 맡겨놓고 싶다. 그래서 나처럼 헌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마음을 담아 이런 사진작업도 해 봤다.